폐허된 최대 피해 마시키마치, 시가전 치른 전장 방불
주민들 "이런 지진은 처음…차 안에서 밤 샜다"

(구마모토시<일본 구마모토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도시의 자랑인 고성(古城) 성벽은 폭격을 받은 듯 했고, 주민 대부분이 대피한 마을은 격렬한 시가전을 치른 전장 같았다.

규모 6.5의 강진이 일본 규슈(九州) 지역을 강타한 다음날인 15일, 최고 진도 7이 관측되면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구마모토(熊本) 시와 인근 마시키 마치를 찾았다.

구마모토공항에서 시내를 향해 버스를 타고 들어간 40여분 동안은 평온한 농촌 풍경이 펼쳐졌다. 종종 찢어진 비닐하우스를 볼 수 있었지만 진앙으로부터 비교적 거리가 있어서인지 쓰러진 건물이나 가로수는 볼 수 없었다.

시 중심에 들어서자 비로소 전날의 긴박했던 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 여진의 우려 때문에 천장이 있는 상가 거리에는 진입 금지 라인이 쳐졌고, 헬멧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호텔들의 로비에는 여진에 대비해 건물 밖으로 나온 투숙객들에게 제공한 침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외부에서 구조활동 등을 위해 찾아온 이들이 많기 때문인지 빈 방을 찾기 어려웠다.

지은 지 400년이 넘은 시 중심의 구마모토성은 전날의 충격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성의 담벼락 일부는 마치 폭격을 받은 듯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고, 성벽에는 지름 1m가 넘는 구멍이 생겼다. 성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천수각은 목재가 앞으로 튀어나왔고 기와는 너덜너덜해졌다.

최대의 피해가 발생한 구마모토현 마시키 마치의 상황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지은 지 오래된 가옥들은 허망하게 허물어져 있었고, 담장들은 이미 무너져 있거나 툭 건드리면 앞으로 쓰러질 것 같았다. 도로는 곳곳에 금이 가거나 구멍이 생겼고, 주유소에서는 주유기가 쓰러진 채였다.

짚앞에 누워있는 자전거들은 지진 당시의 황망한 상황을 짐작케 했다. 주민들이 대부분 대피한 가운데, 물건을 상점 밖으로 빼내 정리하는 상인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곳곳에서 구조 활동을 위해 출동한 자위대원과 소방 대원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고 사이렌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마시키 마치를 향하는 택시 안에서도 한차례 강한 여진의 흔들림을 감지할 수 있었다.

지진 당시 구마모토 시내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한 택시기사 시마다(53) 씨는 "도로 위에 있는데도 20∼30초 동안 좌우로 굉장한 흔들림을 느꼈다"며 "이런 지진은 처음 경험했다"고 말했다. 50세 여성 에자키 씨는 "집(단독주택)에 있었는데 서 있을 수 없을 정도였다"며 "가족과 함께 주차장에 가서 차에서 밤을 보냈다"고 말했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