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지 기고, "이전·후임 영부인들 새 대통령 취임전 '백악관 투어' 어색하고 불편한 신경전"  

[금요화제]

어리고 예뻤던 재클린 케네디 마미 아이젠하워 미움 받아 

로라 부시·미셸 오바마는  서로의 처지 공감해 '친구' 맺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안 남았다. 오는 11월8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아내 미셸 오바마도 영부인 자리를 내놓게 된다. 백악관 안주인이 새 대통령 부인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는 시기가 오면 퍼스트레이디는 그동안 받아온 스포트라이트와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새 대통령 취임 선서 몇 주 전 이전 영부인이 후임 안방 주인에게 백악관 구조를 소개하는 전통 행사 '백악관 투어'를 치를 때마다 인수인계에 그치지 않고 은근한 텃세와 불편한 신경전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퍼스트 우먼: 미국 현대 영부인들의 품위와 권력'(사진)의 저자인 케이트 앤더슨 브로어의 기고를 통해 선거 이후 백악관 투어에서 벌어진 대통령 부인들의 어색하고 불편한 만남을 소개했다.

▶"풋내기 대학생 같다"비꼬아

 존 F 케네디가 대선에서 승리한 지 한 달쯤 지난 1960년 12월 9일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의 부인 마미 아이젠하워(당시 64세)가 재클린 케네디(당시 31세)를 백악관 투어에 초대했다. 촌스러운 드레스와 머리를 한 마미는 어리고 예쁜 데다 감각적이기까지 한 재클린을 "풋내기 대학생 같다"며 비꼬았다.

 당시 재클린은 제왕절개로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여서 행사 전에 백악관에 휠체어를 요청했다. 이에 마미는 "재클린과 단둘이 투어하고 싶다"며 "재클린이 투어 도중 휠체어를 요청하면 수행원을 불러 휠체어를 밀게 하겠다"고 백악관 직원에게 답변했다. 그러곤 휠체어 없이 70분간 방 30곳을 돌아다니며 백악관을 보여줬다. 이를 악문 재클린은 창백한 얼굴로 행사를 마쳤다.

 케네디 암살로 부통령이던 남편 린든 존슨이 대통령이 되면서, 퍼스트레이디에 오른 버드 존슨은 늘 재클린의 그늘에 가렸다. 취임 뒤 재클린이 아꼈던 벽장 시계를 떼낸 것조차 언론에 보도됐다.

▶투어 약속 두 번 취소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부인 베티 포드는 재임에 실패하자 후임 지미 카터 대통령의 부인 로절린 카터를 미워했다. 베티는 백악관 투어 약속을 두 번이나 취소했다. 로절린 역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부인 낸시 레이건에게 자리를 물려줄 때 투어 일정을 확 줄이며 싸늘하게 대했다. 낸시 레이건 또한 조지 HW 부시(아버지) 대통령 내외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예외적인 사람은 조지 W 부시(아들)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와 현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다. 로라는 백악관 투어에서 미셸이 자기처럼 퍼스트레이디 자리를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는 걸 알아챘고, 이후 당파를 떠나 친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