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권력'野에 넘어가고 '미래 권력'도 안보여, 22개월 남은 朴정부 향한 '민심의 명령' 

[4·13 총선 집중해부]

새누리·무소속·국민의당 합쳐 167석 

더민주와 야당 모두 연합해도 167석

법안 통과에 필요한 180석엔 못미쳐

黨·靑 수평적 관계로…野도 함꼐 해야

 4·13 총선 결과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어 원내 제2당으로 전락했다.'현재 권력'인 박근혜 정부는 국정 운영의 힘을 잃었고, '입법 권력'은 야당에 넘어갔다. 그 와중에 차기 주자들까지 이번에 거의 잃으면서 '미래 권력'의 가능성도 낮아진 일종의 진공(眞空) 상태에 빠지게 됐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속에서 남은 임기 1년 10개월 동안 안보와 경제의 동시 위기 상황을 돌파해 가야 한다.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얻은 의석수는 2004년 대선 자금 '차떼기' 사건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바람으로 여권 최대 위기로 꼽혔던 17대 총선(121석)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상황은 지금이 더 좋지 않다. 당시에는 '천막 당사'에서 당을 일으켜세운 박근혜 대표, 서울시장 이명박, 경기지사 손학규라는 차기 주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무성 대표가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오세훈·김문수 등 주요 대선 주자가 낙선(落選)하면서 당분간 사라지게 됐다. 17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은 열린우리당이 독선적 국정 운영을 한 결과 2006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며 '불임(不妊) 정당'소리를 들었던 상태와 흡사한 처지다. 차기 정권은 고사하고 당장 당대표를 맡길 사람도 마땅치 않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김무성 대표 등이 사퇴하면서 사실상 와해됐다. 당분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갈 전망이지만 당의 재건(再建)을 책임질 새로운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다. 친박계든 비박계든 당의 중진들이 모두 공천 파동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난국은 여권(與圈) 스스로 자초(自招)했다. 야권(野圈) 분열에 기대서 180석을 자신하며 내부 당권(黨權) 다툼에만 몰두한 결과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 10개월간 집권당으로서 20대 국회를 끌어가야 한다. 

 문제는 3당 체제가 됐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각 정당 지도부가 협치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 혼란이 일상화할 수 있다. 그래서 여야 관계와 당·청 관계 모두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숫자로 따져보자. 이번에 무소속 당선자 11명 가운데 장제원, 유승민, 주호영, 안상수, 윤상현, 강길부, 이철규 등 7명은 당장 새누리당에 복당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이들을 모두 받아들이면 129석으로 1당이 된다.

 국회법에 따라 국회에서 다른 정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법안을 즉시 통과시키려면 180석이 필요하다. 그런데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의석을 합치면 167석이다. 새누리당이 국민의당을 끌어들여도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

 그렇다면 '야당연합'이 이뤄지면 어떨까?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의석을 합치면 역시 167석이다. 여당을 제치고 야당끼리 국회를 마음대로 끌고 가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야말로 여도 야도, 그리고 대통령도 독주 말라는 '마법의 167석'이다.

 정치권에선 가장 중요한 것이 대통령이 우선 마음을 고쳐 갖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종전처럼 국회를 호통치는 스타일 갖고는 더 반감을 불러일으킬 것이 불보듯 뻔하다. 당·청 관계를 과거와 같은 수직적 구조가 아니라 수평적 구조로 바꿔 당도 청와대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 여야 관계에서도 기존의 당·정·청 논의 구조에 야당을 포함시키는 등 전향적 변화가 요구된다. 한마디로 국정 운영 방식이 '통치'가 아니라 '협치'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