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차관급 10명중 1명꼴, 미공개 상당수…대다수 미국 국적, 실제론 더 많을듯

[이슈진단]

'고위공직자 신고 의무화'있으나마나, 외교부만 적용
"자료 내라" 총리 지시에도 "개인정보 보호"제출거부
국적 취득과정 검증장치 필요, 국익에 반한 결정 우려

문재인 정부 장차관급 고위공직자 10명 중 1명 가량은 자녀가 이중 국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동아일보가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실을 통해 전체 정부 부처 52곳에서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장차관급 105명 가운데 최소 9명의 자녀가 이중 국적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통령비서실 등 5곳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점과 감사원 등 4곳이 현황 파악이 안 됐다고 답한 점, 국무조정실 등 3곳이 장차관을 포함한 고위공무원 중 6명의 자녀가 이중 국적이라고 회신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105명중 최소 9명 이상 확인

동아일보가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실을 통해 정부 부처 52곳의 장관급 28명, 차관급 77명과 고위공무원단 1495명에 대해 자녀의 이중 국적 여부를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장차관급 105명 중 최소 9명 이상은 자녀가 이중 국적을 보유 중이었다.

장차관급 중 자녀가 이중 국적자로 확인된 경우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등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내용이 공개된 3명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인사혁신처, 과기부는 해당 부처 장차관 자녀가 이중 국적자라는 사실만 공개하고 구체적으로 누구의 어느 자녀가 이중 국적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현행법상 고위공직자의 외국 영주권 보유를 금지하거나 배우자, 자녀 등 가족이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부처는 전체 정부 기관 52곳 중 외무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외교부가 유일하다. 고위공직자 자녀의 이중 국적 보유는 사실상 법적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고위공직자의 미성년 자녀가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위에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선 고위공직자 가족의 이중 국적 보유 실태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공무원법 개정 발의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 자녀 이중 국적 보유 여부 자료를 요구하는 김 의원 질의에 "각 부처는 자료를 내라. 감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매우 어리석은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자료 제출을 지시했다.

하지만 국가안보실과 산업통상자원부 등 4개 부처는 관련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비서실과 국토교통부 등 5곳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아예 답변을 거부하는 등 배짱을 부렸을 정도다.

신문은 고위공직자 자녀의 이중 국적 보유 문제는 단순한 도덕성 문제가 아니고 해당 공직자가 가족의 외국 국적과 그에 따른 이해관계 때문에 국익에 반하는 결정이나 행동을 할 가능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자녀의 외국 국적 보유 및 취득 사실을 인사혁신처장에게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개정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