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프랜시스 맥도먼드 외침에 女 수상 후보들 일제히 기립

[이슈진단]

여성이 극 이끄는 작품 대거 수상 눈길
성추문 폭로한 여배우들 시상자로 나와
이민자·동성애자등 소수자들도'한마음'


영화 '쓰리 빌보드'로 생애 두번째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오늘 밤 수상 후보에 오른 모든 여성은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외쳤다.

지난 5일 LA에서 열린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순간 파도처럼 일렁였다. 맨 앞자리의 배우 메릴 스트립이가장 먼저 일어섰고, 객석의 여성들이 차례로 일어나 박수를 쳤다.

맥도먼드는 외쳤다. "배우, 감독, 촬영감독, 극작가, 프로듀서, 작곡가, 디자이너, 다 일어나주세요! 여러분, 앞으로 계약할 때 성차별, 인종차별 없는 환경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요구하세요!" 시상식장은 갈채로 뒤덮였다. 외모로는 오랜 기간 할리우드에서 '결격'취급을 받아 온 여배우의 외침이었기에 감동은 더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여성이 점령했다. 전년도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여우주연상을 시상했던 관행을 깨고 조디 포스터와 제니퍼 로렌스 두 여배우가 시상자로 나섰다.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 성추문을 고발했던 여배우들도 대거 무대에 올랐다. 와인스틴 성추행을 폭로하는 데 앞장섰던 배우 애슐리 저드는 이날 배우 샐마 헤이엑·미라 소르비노와 함께 서서 말했다. "목소리 낼수록 세상은 달라집니다."

수상작 대부분도 여성이 극(劇)을 이끄는 영화였다. 작품상·감독상·음악상·미술상 등 4개 부문 상을 받으며 이날 최다 부문을 수상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여우주연상(프랜시스 맥도먼드)·남우조연상(샘 록웰)을 받은 '쓰리 빌보드', 여우조연상(앨리슨 제니)을 받은 '아이, 토냐',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판타스틱 우먼' 등이다. 시상식 진행자 지미 키멀은 "나도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민자·동성애자·장애인 등 소수자를 향한 목소리도 쏟아졌다. 장편애니메이션상·주제가상을 받은 '코코'제작진은 "멕시칸 여러분이 전통과 문화를 아름답게 가꿔온 덕에 이 영화가 나왔다"고 했다.

'셰이프 오브 워터'로 감독상을 받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나는 멕시코 출신 이민자다. 계속 나아가겠다. 젊은 감독들도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라"고 했다. 아카데미는 2014년 '그래비티'감독 알폰소 쿠아론에게 감독상을 안긴 이후 지난 5년 동안 멕시코 출신 감독에게 4번 상을 줬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그만큼 강해졌다는 뜻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각색상을 받은 제임스 아이보리는 "동성애자건 아니건 첫사랑은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했고, 단편영화상을 받은 '더 사일런트 차일드'의 작가 레이철 셴턴은 수화(手話)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아이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아이에게 상을 바칩니다." 흑인에 대한 편견을 섬뜩하게 그린 영화 '겟아웃'은 각본상을 받았다. <관계화보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