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울산시장 관련 수사 두고 거친 말 주고받으며'이전투구', 양측 갈등에 비난 목소리


울산시청 압수수색 황운하 울산청장 한국당 비판 글
"광견병 논평에 심한 모욕감 느껴, 분노 억제 힘들어"
한국당 "미꾸라지 하나가…", 경찰은 격한 반응 대항


경찰과 자유한국당이 김기현 울산시장 관련 수사를 두고 거친 말을 주고받으며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고 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울산시청 압수수색을 지휘한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이 직접 한국당을 비난하는 글을 25일 올리자,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그를 미꾸라지에 비유하며 공격했다.

25일 새벽 1시쯤 황운하 울산청장은 개인 소셜미디어에 '심한 모욕감으로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다'는 글을 올렸다. 사흘 전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이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에 걸렸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말한 걸 겨냥한 것이다.

경찰과 한국당의 대립은 지난 16일 표면으로 드러났다. 울산경찰이 김 시장 측근 비리 혐의로 울산시청과 시장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국당이 김 시장을 오는 6월 지방선거의 울산시장 후보로 전략 공천한 날이었다.

이후 황 청장이 지난해 김 시장의 경쟁자인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 예비후보를 만난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당은 경찰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봤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의 '사냥개' 발언이 나온 이유다. 경찰은 "돼지 눈에는 세상이 돼지로 보인다"는 피켓 시위를 하며 발끈했다.

경찰과 한국당의 대립은 점입가경이다. 한국당은 '경찰이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을 의식해 정권의 눈치를 본다'고 의심한다. 경찰에선 '한국당이 이를 빌미로 우리를 압박하며 수사를 방해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청장은 25일 글에서 '수사는 1월부터 시작됐고 증거물 확보가 필요해 3월에서야 압수수색한 것, 공천 발표일에 일부러 맞춘 게 아니다'고 했다. 한국당은 다시 똥개·사냥개라는 단어까지 쓰며 황 청장 파면을 요구했다.

정호성 수석부대변인은 "정권의 똥개나 사냥개, 몽둥이 소리를 듣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황 청장을 겨냥해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도랑을 흙탕물로 만든다. 울산경찰청장의 행태를 보니 경찰 수사권 독립은 아직 요원하다'는 글을 올렸다.

경찰도 격하게 반응하고 있다. 25일 부산 사상구 장제원 의원사무실 앞에선 한 경찰관이 사과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한국당 당사를 경비하는 경찰은 전원 철수하라. 경찰을 미친개로 여기는데 왜 그곳에서 욕먹고 생고생하는가"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서울 은평경찰서 관할 연신내지구대는 건물 앞에 '돼지의 눈으로 보면 세상이 돼지로 보인다'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신문에 따르면 제1 야당과 경찰을 모두 비난하는 목소리가 크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정치인 수사처럼 중요한 문제를 감정적으로 대한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정치권과 수사기관이 대립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원색적 용어를 동원해 치고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제1 야당 대변인의 입에서 욕설 수준의 말이 나온 건 지나치다"는 의견과 함께 문제가 될 만한 시점에 울산시장을 수사해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경찰의 과민 반응에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