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자원봉사중 '급성폐렴'쓰러진 캐나다 한인 여성

[뉴스인뉴스]

폐 이식 수술 시급하지만 요건 못 갖춰 명단 등록도 못해
외국인 장기이식 등록하려면 해외 체류 14일 미만이어야

평창 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던 재외동포가 급성 폐렴으로 쓰러져 폐 이식 수술만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규정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장기이식 대기자 명단 등록조차 거절당했다.

급성 폐렴이 악화돼 폐 이식 수술만 기다리던 캐나다 국적 한인 김남원(58·여)씨는 지난 23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질병관리본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가 김씨를 장기이식 대기자 명단에 등록할 수 없다고 통보해 왔다.

김씨가 한국 국적을 상실한 한국계 캐나다인이라는 게 문제가 됐다. 코노스 규정상 외국인이 장기이식 대상자 명단에 등록하려면 최근 1년 이상 한국에 거주하고 이 기간 해외 체류기간은 14일 미만이어야 한다.

김씨는 최근 1년간 한국에 거주했지만 해외 체류기간은 45일이 넘었다. 일정기간 이상 해외에 체류한 외국인에겐 장기이식 기회가 제한되는 규정에 발목이 잡혔다.

김씨는 평창올림픽 개막 전부터 자원봉사자로서 노르웨이 국가대표팀을 지원해오다 병을 얻었다. 영하 20도까지 떨어진 추위 속에서 봉사하다 지난 1월 말부터 몸살감기를 앓았다. 병세는 악화돼 지난달 1일 강릉시내 병원에서 급성 폐렴 진단을 받았다. 이때까지도 김씨는 "패럴림픽 자원봉사에 꼭 참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큰 병원으로 옮겨서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담당의사는 지난달 21일 김씨에게 폐 이식 수술을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씨는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던 경험을 살려 고국에서 열린 올림픽에 보탬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자원봉사에 나섰으나 병만 얻었다.

김씨 가족들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다 병을 얻었는데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씨 가족들은 16년 전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지만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주로 생활했다. 남편 강모(59)씨는 한국에서 사업을 했다. 그의 아들은 캐나다 국적을 가졌지만 한국에서 군 복무까지 마쳤다.

코노스 관계자는 그러나 "내국인 폐 이식 대기자만 170여명인데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 외국인 환자에게 장기를 이식하면 내국인에게 불이익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씨는 백방으로 이식 방법을 수소문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일본, 캐나다 등에서 치료하려 했지만 나라마다 인공폐(ECMO) 장비의 호환방식이 달라 이송 자체가 어려웠다.

남편 강씨는 25일 "손쓸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게 안타깝다"며 "당장 장기 기증을 받진 못해도 한 가닥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게 장기이식 대기자 리스트에 등록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