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평양 공동선언문 '네임펜' 서명 논란

[월요화제]

"1000원도 안되는 저렴한 필기 도구, 국가 정상 공식사용 의전에 어긋나"
vs
"필기도구 논쟁은 시대착오적 발상, 중요한 것은 선언문에 담긴 내용들"

문재인 대통령이 3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평양 공동선언문 서명에 사용한 '네임펜'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네임펜 서명이 대통령의 격(格)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가운데 다른 한쪽에서는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며 반박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마친 후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당시 평양사진공동취재단이 촬영한 사진에는 문 대통령이 김종천 의전비서관의 안내를 받아 네임펜으로 보이는 필기구로 서명하는 모습이 담겼다.

네임펜은 개당 판매가격이 1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렴한 필기구다. 국가 정상 간 공식 서명문에 네임펜을 사용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김정은 위원장도 공동 선언문에 만년필을 사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네임펜 서명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국가 정상이 네임펜으로 서명하는 것은 의전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잇따라 제기됐다.
한 네티즌은 "아무리 대통령 본인이 네임펜을 편하게 생각하더라도 국가 정상들이 머리를 맞대는 공식 현장에서는 만년필을 사용하는 것이 관례"라며 "사전에 이를 준비하지 않는 대통령 의전 담당자들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도 "남북 정상회담에서 촬영된 사진들은 오랜 기간 기억될 역사적 의미를 가지는데, 대통령이 '싸구려'네임펜으로 서명하는 것을 보면 나중에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실제 평양에서 네임펜이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문 대통령이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노동당 본부청사에 마련된 방명록을 적으면서다.

이날 문 대통령에게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펜을 건넸지만, 남측 인사가 다시 전해준 네임펜으로 방명록을 썼다. 이는 최고 통수권자의 생체 정보 중 하나인 지문 정보를 타국에 남기지 않으려는 일종의 외교 관례라 할 수 있다.

이후 불똥은 김종천 의전비서관에게 튀었다. 김 비서관이 만년필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로 중요한 회담이나 선언문에 서명할 때는 만년필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거 대통령들 역시 중요한 회담 때마다 만년필을 사용했고, 회담에 사용된 만년필들은 기념품으로 전시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네임펜 사용이 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일부 네티즌은 "필기구 논쟁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중요한 것은 네임펜이나 만년필의 가격이 아니라 선언문에 담긴 내용"이라고 말했다.


제조사 '모나미' 간접광고 '화색'

네임펜은 마커펜의 일종으로 이날 문 대통령이 사용한 펜은 모나미 네임펜이다. 논란이 불거지면선 결과적으론 되레 간접 광고 효과를 본 셈이다. 모나미 측에서는 "사진 상으로는 정확히 제품 확인이 어렵지만 혹시라도 문 대통령이 사용해 주셨다면 기쁜 일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