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집 전 총리'부패 스캔들'파문

국영투자기업 투자금 45억 달러 빼돌려
유명 배우 디캐프리오, 미란다 커등 연루
린제이 로한, 패리스 힐튼등 이름도 거명

나집 전 총리가 연루된 말레이시아 부패 스캔들이 세계 1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를 뒤흔들고 있다. 세계적인 스타 배우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린제이 로한, 호텔 상속녀 패리스 힐튼, 모델 미란다 커도 이 스캔들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수백만달러의 명품 핸드백과 보석, 호화 요트, 피카소와 모네의 그림도 등장한다. 작년 여름 말레이시아 정권 교체 이후 본격화된 말레이시아개발유한공사(1MDB) 부패 스캔들 수사가 갈수록 덩치를 키우며 끝 간 데를 모르고 확대되고 있다.

1MDB는 나집 전 총리가 취임 첫해인 2009년 세운 국영 투자기업이다. 말레이시아 석유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글로벌 투자 자금을 유치한 뒤, 그 돈으로 에너지·부동산·관광 산업에 투자한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채권을 발행해 모은 돈은 세탁돼 총리와 측근들의 주머니로 들어갔고, 2015년 말 1MDB의 부채가 13조원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해 5월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는 당선되자마자 1MDB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나집 전 총리는 45억달러 이상의 돈을 빼돌린 혐의로 같은 해 7월 자택에서 체포됐다. 그의 집에서 보석 1만2000점, 명품 핸드백 500여 개, 현금 1억1400만링깃(약 300억원) 등이 발견됐다.

1MDB 사업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은 인물은 말레이시아의 화교 출신 금융인 라우텍조(劉特佐·37)다. 나집 전 총리의 금융 대리인 역할을 하며 비자금 조성과 돈세탁 등 실무를 맡았다. 그는 전용기와 2500만달러짜리 초호화 요트를 사고, 프랑스의 휴양지 칸에서 300만달러를 들여 파티를 여는 등 '아시아의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해졌다. 그는 디캐프리오에게 피카소 그림을 선물하고 그가 출연한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는 자금을 댔다. 미란다 커에게 810만달러 상당의 보석을 선물했고, 모델 킴 카다시안에게는 결혼 선물로 페라리 승용차를 사줬다. 린제이 로한에게는 5만달러 상당의 샴페인을 선물했다. 말레이시아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라우는 종적을 감췄다.

골드만삭스와 딜로이트도 말레이시아 스캔들로 휘청이고 있다. 이들은 돈세탁 등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막대한 벌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높고, 최악의 경우 기업의 존속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