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수사 당국 발표 "10명 4개조 나눠 도주…탈취한 자료는 FBI로 넘겨"

[뉴스분석]

美 당국은 "우리는 관계 無" 개입설 부인
反 북한단체인 '천리마민방위'소행 추정

스페인 고등법원은 지난 2월 22일 주스페인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괴한 10명 중 1명이 이후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했다고 26일 공개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사건에 미국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에이드리언 홍 창' 주범

스페인 고등법원은 이날 수사상황을 토대로 작성한 공식 문서에서 당시 스페인 대사관에 침입한 이들은 모두 10명으로 이 중에는 한국과 미국, 멕시코 국적자들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닷새 전인 지난 2월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해 공관 직원들을 결박하고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강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스페인 고등법원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멕시코 시민이면서 미국에 사는 '에이드리언 홍 창(AHC)'이라는 남성이 범행을 주도했다. 괴한은 10명이었다. 이 법원 판사는 범행 관련자의 실명을 밝히지 않은 채 AHC 외에 미국 시민 'SR', 한국인 'WRL'이 가담했다고 밝혔다. 홍 창은 범행 5일 후 뉴욕에서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했다. 북한대사관에서 가져온 음성·영상 자료를 포함해 북한대사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고 판사는 설명했다. 홍 창은 자신의 자발적인 의지에 따라 범행했고 신원을 밝힐 수 없는 사람들과 함께했다고 말했다고 판사는 전했다.

범행 준비를 위해 홍 창은 마드리드의 가게에서 에어소프트 총기류와 전투용 칼, 손전등, 수갑 등을 여러개 샀다. 지난달 20~22일 RL과 SR 등 다른 멤버 네 명도 큰 가위와 결박용 테이프, 사다리 등 장비를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빠져나온 여 직원이 신고

범행 당일인 지난달 22일 홍 창은 오후 4시 34분 북한대사관에 도착해 대사관 책임자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범행 전 기업가라며 북한대사관을 방문한 적이 있어 대사관 책임자와 안면이 있었다고 판사는 설명했다. 대사관 사람들이 방심한 틈을 타 홍 창은 주변에 기다리고 있던 공범자들과 칼, 철봉, 에어소프트 총기 등을 들고 대사관에 들어갔다. 이후 안에 있던 이들을 폭행하고 결박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억류돼 있던 여성 한 명이 2층에서 뛰어내려 대사관을 빠져나온 후 소리를 지르자 이웃이 듣고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이 대사관에 도착했을 때 홍 창이 북한 지도자의 얼굴이 담긴 배지가 달린 재킷을 입고 응대했다. 홍 창은 자신이 대사관 고위 관계자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둘러댔다. 회의실에서 한 시간가량 사람들을 억류하던 괴한 중 세 명은 대사관 책임자를 데리고 지하실로 갔다. 이후 "우리는 북한의 해방을 위해 일하는 인권 단체 회원인데, 탈북하라"고 종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임자가 북한을 배신할 수 없다고 고집하자 그를 다시 결박하고 검은 봉투로 얼굴을 덮었다.

이들은 이후 4개 그룹으로 나뉘어 포르투갈로 넘어갔다. 홍 창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다시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사건이 반(反) 북한단체인 '자유조선'에서 저지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단체는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과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고 주장한 '천리마민방위'가 이름을 바꾼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해방 北'가상 비자 발급
하루만에 1300만원 모급

북한 김정은 정권의 전복을 내세우며 주로 오프라인에서 활동해온 단체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이 비자 발급을 통한 활동자금 모집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 17일부터 "(북한) 해방 이후 자유조선을 방문하기 위한 비자 20만장을 한정 발급한다"며 자신들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비자 발급 비용은 가상화폐 1이더리움(ETH)이라고 밝혔다. 현재 시세로 13만~15만원 수준이다. 하루만에 80여개의 비자가 발급돼 1300만원 가까이 후원금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