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보고서 채택 불발 속 한국·바른미래, 사퇴·靑인사라인 물갈이 총공세
민주, 후보자 '전문성' 부각하며 적극 엄호…정의, 적격 선회…평화도 부적격 판단 유지
오늘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靑 재송부 요청 기류에 정국 경색 심화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설승은 이동환 기자 = 여야가 주식 과다 보유와 매매 논란을 빚은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인사청문회법상 1차 시한인 이날까지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방침이어서 이를 놓고 이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며 총력 공세를 펴고 있는 자유한국당 등 야권과 이 후보자를 엄호하고 나선 민주당 간의 대치 정국이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야당의 반대에도 이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의사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한 4월 임시국회가 결국 빈손으로 끝나고 말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 대두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 후보자의 사퇴 또는 지명 철회, 청와대 인사라인 교체를 요구하며 파상공세를 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자의 주식 투자 의혹이 심각한 결격 사유로 지적되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인다"며 "이 후보자를 즉각 사퇴시키고 청와대 인사라인 전체를 물갈이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법관의 명예 헌법재판관으로서 매우 부적격한 태도에 대해 본인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답"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께 더이상 오기 인사를 관철하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이 후보자와 남편 오충진 변호사를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기밀누설 혐의 등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하며 공세를 한층 강화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헌법재판소가 국민 신뢰를 잃게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 후보자를 고집해선 안 된다"며 "무능과 무책임의 상징이 돼 버린 조국 민정수석을 반드시 경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은 이 후보자 부부의 불법 내부 정보를 활용한 주식거래 의혹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 부부의 주식 보유나 매매에 불법 정황이 없었다며 적극 엄호 태세를 이어갔다.

이해찬 대표는 당 회의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중대한 흠결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전문가도 논란이 될 위법성은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이 후보자에 대해 한국당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후보자에 대한 한국당의 공세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전문성과 실력이 주식 논란에 묻혔다는 인식 아래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서 손색없다는 점을 알리는 여론전에도 주력했다.

당 회의에선 "노동법에 대해 아주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좋은 판결을 낸 후보자"(이해찬 대표), "노동, 여성, 인권 분야에서 감수성 있고 통찰력 갖춘 판결을 했다"(남인순 최고위원) 등 이 후보자 옹호 발언이 이어졌다.

이 후보자의 주식 보유가 국민 정서에 반하는 부분이 있다며 임명 강행에 난색을 보이는 듯했던 민주당이 주말을 거치면서 이 후보자에 대한 '총력 엄호' 기조로 돌아선 데에는 더이상 밀리면 정권 차원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정호 국토교통부·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에 이어 이 후보자마저 지키지 못할 경우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넘어 문 대통령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그 윗선에 대한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이 후보자를 포기할 수 없다는 그 느낌을 부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평화당은 애초 이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판단한 입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금요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 의견을 부적격으로 모은 이후 (오늘 회의에서도) 달라진 점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평화당의 인사청문위원인 박지원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주식을 매각하겠다는 약속을 지켰기 때문에 (이 후보자의 임명을)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인사청문회 당시 이 후보자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에 빗대며 비판한 것에 비교해 누그러진 반응이다.

반면 정의당은 인사청문회(10일) 직후 이 후보자가 부적격하다고 판단했으나 이날 적격 의견으로 돌아섰다.

정의당 내부에선 이 후보자의 주식 처분(12일) 이후 반대 기류가 약해지는 분위기가 있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의에서 "주식 보유 과정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불법이 확인되지 않았고, 이익충돌 문제는 대부분 해명됐다"며 "(이 후보자의) 직무수행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의당은 청문회 도중에 부정적 의견을 담은 논평을 발표해 이 후보자를 이른바 '데스노트'에 올렸으나 결국 적격으로 판단을 선회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법정 시한인 15일까지 이 후보자와 문형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못함에 따라 16일 국회에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시한까지 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할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국회에 재요청할 수 있다.

이런 재송부요청은 사실상 국회에서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절차대로 임명을 관철하겠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어, 이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야권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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