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김현종·김연철 등 외교안보라인 고위당국자 연달아 면담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한국을 방문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0일 외교·안보 분야 고위당국자들을 줄줄이 면담하면서도 전날 단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린 북한을 향해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45분께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찾아 강경화 장관을 25분간 접견한 데 이어,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한의 잇단 발사체 발사에 대한 대응방안 등을 협의했다.

애초 비건 대표는 강 장관을 예방하면서 모두발언을 공개하고, 워킹그룹 회의를 마친 후 이 본부장과 함께 약식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이날 오전 돌연 취재진과 접촉하는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비건 대표가 지난해 12월 21일 서울에서 개최한 한미워킹그룹 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남북 철도연결사업 착공식이 예정대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 등을 알린 전례로 미뤄봤을 때 이번에도 결과를 공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기류가 바뀐 것이다.

인사와 날씨 이야기 등을 비롯해 민감하지 않은 이야기를 주로 하는 모두발언까지 비공개한 것을 두고 북한의 이번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어떻게 대응할지 미국 정부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북한이 전날 발사한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발표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한국군 당국은 '한미 공동 평가에 따라 단거리 미사일로 평가한다'는 입장을 밝혀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별도 발언 없이 사진 촬영을 위해 취재진에 3분가량 공개한 접견장과 회의장에서는 웃음소리가 간간이 흘러나오기는 했지만, 한미 당국자들의 표정에서는 무거운 분위기가 읽혔다.

비건 대표는 외교부 청사에 들어오면서 '전날 북한의 발사체 발사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굿모닝(good morning)"이라는 인사만 했을 뿐 다른 대답은 하지 않았다.

100분 가까이 이어진 이도훈 본부장과 협의를 마치고 나서도 '대북 식량 지원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북한에 보낼 메시지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응하지 않은 채 청사를 빠져나갔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청와대를 예방해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80분간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고, 오후 4시 30분 다시 정부서울청사를 찾아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45분간 접견했다.

통일부 역시 비건 대표와 김 장관의 면담을 모두발언까지 공개할 계획이었으나, 이날 오전 접견 초반에 사진 촬영만 허용하도록 방침을 바꿨다. 통일부를 오갈 때도 비건 대표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지난 8일 한국에 들어온 비건 대표는 9일 이도훈 본부장과 조찬을 겸한 북핵 협상 수석대표 협의를 하고, 국내 북한 전문가들과 만나 북한의 정치·경제 상황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10일 만찬은 이도훈 본부장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가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처음이다. 비건 대표는 3박 4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11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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