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통한 北관심사 해결 지지…北과 지역안정 실현계획 작성 용의"
"양국 친선, 천금 주고도 바꿀 수 없어"…"친선의 새로운 장 새길 것"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방북을 하루 앞둔 19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 공동 기고를 통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도록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노동신문과 민주조선 1면에 실린 '중조친선을 계승하여 시대의 새로운 장을 계속 아로새기자' 제목의 기고문에서 "우리는 조선(북한)측 및 해당측들과 함께 의사소통과 조율을 강화하고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에서 진전이 이룩되도록 공동으로 추동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방북한다면서 "이번 방문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 동지와 조선 동지들과 함께 중조(중북)친선협조관계를 설계하고 전통적인 중조친선의 새로운 장을 아로새기려고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방북을 계기로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 기고를 통해 관련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지만, 처음은 아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은 두 번째 방북인 2001년 9월 4일 '평양도착 성명',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첫 방북인 2005년 10월 29일 '평양 도착 서면 연설' 형식으로, 도착 다음날 각각 노동신문에 기고했다.

다만 시 주석의 경우 노동신문과 민주조선 1면에 장문의 공동 기고문 형태로, 방북 하루 전날 게재했다는 점에서 양국 모두 이번 방북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조선의 신문들에 실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이며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인 습근평 동지가 쓴 글"이라며 전문을 소개했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비록 '비핵화'라고 적시하지 않았지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 대화의 교착 국면에서 이뤄지는 양국 정상의 평양 회동에 정치 외교적 의의를 부여하고 중국의 '비핵화 협상 촉진자'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이 교착 상황의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 주석은 특히 "중국측은 조선측이 조선반도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는 것을 지지하며 대화를 통하여 조선측의 합리적인 관심사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합니다"라며 "의사소통과 대화, 조율과 협조를 강화하여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새로운 국면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합리적 관심사 해결'에 대한 지지는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와 안보 우려 해결 등을 고려한 '단계적·동시행동원칙'에 대한 지지를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또 "중국측은 조선동지들과 함께 손잡고 노력하여 지역의 항구적인 안정을 실현하기 위한 원대한 계획을 함께 작성할 용의가 있습니니다"라고 밝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로드맵을 논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지난 17일 시 주석의 방북 일정을 발표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방향을 견지하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문제 해결을 견지하는 것을 격려해 왔다"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가 새로운 진전을 거두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양국친선관계 발전과 관련 "전략적 의사소통과 교류를 강화하고 서로 배우면서 전통적인 중조친선에 새로운 내용을 부여할 것입니다"라며 "고위급 내왕의 훌륭한 전통과 인도적 역할을 발휘하여 중조관계 발전의 설계도를 잘 작성하고 중조관계발전의 방향을 잘 틀어쥘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 급의 의사소통과 조율 ▲당적 교류 심화와 국가관리 경험 교류 ▲교육·문화· 체육·관광·청년·지방·인민생활 등 여러 분야의 교류와 협조 확대로 양국 국민의 복리 증진 등을 꼽고 "중조관계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시 주석이 최고지도자에 오른 후 첫 번째 방북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킬 의지를 확언한 셈이다.

시 주석은 전통적 양국관계를 "천만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표현하면서 "좋은 동지와 좋은 이웃으로서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조친선협조관계를 공고 발전시킬 데 대한 중국 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변할 수도 없습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최고지도자로는 14년 만에 오는 20일부터 21일까지 북한을 공식 방문한다고 북중 양국이 지난 17일 동시에 발표했다.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