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딸 사망 예견할 수 있었다"…사체유기·아동유기 혐의도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검찰이 생후 7개월 딸을 5일간 집에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한 어린 부부에게 살인죄와 사체유기죄를 적용했다.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오세영 부장검사)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경찰이 송치한 A(1·사망)양의 부모 B(21)씨와 C(18)양의 죄명을 살인으로 변경해 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은 이 부부에게 사체유기 및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도 적용했다.

B씨 부부는 지난 5월 26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5일간 인천시 부평구 한 아파트에 생후 7개월인 딸 A양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애초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이 부부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했으나 "상대방이 아이를 돌볼 줄 알았다"는 부부 진술을 토대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피의자가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있을 경우 인정된다.

그러나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추가 수사와 법리 검토 끝에 B씨 부부에게 살인죄를 적용하기로 했다.

검찰은 생후 7개월밖에 되지 않은 딸을 장시간 혼자 두면 숨질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C양이 딸을 혼자 방치하고 집에서 나간 뒤 사흘쯤 지난 5월 29일 "죽었겠네. 무서우니까 집에 가서 확인 좀 해줘"라고 남편에게 수차례 보낸 문자 메시지도 살인죄를 입증할 증거로 봤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생후 7개월인 피해자가 3∼4일 이상 분유나 수분을 섭취하지 않고 방치하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는데도 피해자를 돌보지 않고 내버려 뒀다"며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C양은 검찰 조사에서 "딸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며 살인 혐의를 사실상 시인한 반면 B씨는 살인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B씨 부부가 숨진 딸을 야산에 매장할 의도로 집에 방치한 채 주변에 알리지 않고 은폐한 것으로 보고 사체유기죄도 적용했다고 밝혔다.

C양은 앞서 경찰 조사에서 "평소 아이 양육문제뿐 아니라 남편의 외도와 잦은 외박 문제로 다툼이 많았다"며 "서로가 돌볼 거라고 생각하고 각자 집을 나갔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후 딸이 보기 싫었던 적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집을 나간 뒤 친구와 게임을 하고 지냈으며 C양도 지인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B씨 부부는 최초 참고인 조사에서 "5월 30일 아이를 재우고서 마트에 다녀왔는데 딸 양손과 양발에 반려견이 할퀸 자국이 있었고 다음 날 숨졌다"고 주장했으나 경찰 수사 결과 거짓말로 확인됐다.

A양은 지난달 2일 오후 7시 45분께 숨진 상태로 외할아버지에 의해 처음 발견될 당시 아파트 거실에 놓인 종이 상자에 담겨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양 시신을 부검한 뒤 "위·소장·대장에 음식물이 없고 상당 기간 음식 섭취의 공백이 있었다"면서도 "사인이 아사(餓死)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1차 소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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