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진]

최근 갈등과 비극이 끊이지 않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모처럼 맑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경을 가로지르는 철제 울타리 사이로 설치된 분홍색 시소를 즐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였다.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와 멕시코 시우다드후아레스 사이에 설치된 이 시소는 미국 건축가인 로널드 라엘 캘리포니아대 교수의 작품이다. 회색빛 국경 지대에 지난 28일 설치된 형광 분홍빛 시소를 타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의 주민들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찾아왔다. 주민들은 높은 철제 울타리 틈으로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소통했다.

10년 전부터 이 시소를 구상했다는 라엘 교수는 "시소를 이용해 우리는 모두 똑같고,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소는 어느 한쪽의 행동이 다른 쪽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