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60만명 동원 '인해전술'식 하나하나 덧셈…지구 13바퀴 거리 '샅샅이'

[인도]

배설물·발자국 등 흔적 수집…IT기술도 동원
세계 호랑이 3900마리 중 70% 3000마리 서식

인도에 3000마리에 육박하는 호랑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최신 개체수 조사에서 나타났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세계 호랑이 날'인 이날 호랑이 서식 개체수가 2014년의 2226마리에서 2018년 2916마리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4년이 약간 넘는 사이에 741마리가 늘어 약 33%의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인도에는 전세계 호랑이의 70% 정도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모디 총리는 "인도가 호랑이 서식지 중 세계 최대이자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자연기금은 전 세계 야생 호랑이가 약 3900마리라고 추정한다. 이 중 75%가 인도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 인도는 호랑이 최다 보유국답게 2006년부터 4년마다 대대적으로 '호구(虎口) 조사'를 실시해 이를 공개하고 있다.

국가의 거주민 숫자를 세는 '인구 조사'도 10년에 한 번 겨우 실시하는 이 나라에서 어떻게 밀림을 누비는 호랑이 수천 마리를 하나하나 셀 수 있는 것일까.

비결은 바로 14억 인구 대국(大國) 다운 '인해전술'이다. 무려 60만명이 동원됐다. 인도 호랑이보호사무국 지휘 아래 생태 전문가, 생물학자, 경찰, 자원봉사자 등 59만3882명이 투입됐다고 인도 정부는 밝혔다. 이들이 남한 크기의 네 배에 육박하는 호랑이 보호구역 38만1400㎢를 샅샅이 뒤진 것이다.

인디안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랑이 센서스는 크게 두 단계로 이뤄진다. 첫 번째가 바로 인해전술이다. 이 단계에서는 호랑이가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숲을 15㎢ 크기로 쪼개 조사원들이 일일이 걸어 다니며 똥과 발자국 등 호랑이의 흔적을 수집한다. 호랑이는 행동반경이 최대 1300㎢에 달하는 동물이다. 웬만해선 사람과 마주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정해진 구역 안에서 발견된 흔적의 양으로 개체 수와 이동 경로를 추정한다. 조사 단원들은 배설물 크기와 끝 부분의 휘어진 정도로 호랑이와 표범 배설물을 구별할 수 있다고 인도 일간 라이브민트는 전했다. 이들은 인도 29개 주 중 호랑이가 사는 20개 주의 보호구역을 15개월간 누볐다. 조사 단원은 장총을 든 무장 경찰과 함께 밀림·초원·늪지대를 가리지 않고 다녔다. 이들이 걸어 다닌 총거리는 52만2996㎞로 지구를 13번 돌고도 남는 거리다.

인해전술 뒤에는 본격적으로 인도의 IT 기술이 투입된다. 흔적을 바탕으로 눈으로 직접 호랑이를 확인하는 단계다. 호랑이 이동 경로를 따라 설치된 수많은 원격 조종 카메라와 센서가 호랑이를 찾는다. 인도 정부가 설치한 카메라 수만 2만6838개. 이 카메라는 1년간 3485만8623장의 야생동물 사진을 찍었는데 이 중 7만6651장이 호랑이, 5만1777만장이 표범이었다. 마지막 단계는 사람이 손수 모은 자료와 기계가 수집한 자료를 조합해 보고서로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시작했나
1875년부터 50년간 인도에서 사냥 당한 호랑이 수만 8만마리에 달했다. 독립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호랑이 보존 압력이 거세지면서 200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호랑이 보호구역을 늘리고 호랑이 센서스를 시작했다. 2006년 28곳이던 호랑이 보호구역은 지난해 50개까지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