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 정상간 통화를 부정확하고 사기성 짙은 방식으로 묘사해"
"내가 탄핵되면 남북전쟁 버금가는 균열 발생할 것" 주장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대선 라이벌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압박했다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폭로한 당사자인 미 정보기관의 내부고발자를 직접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연달아 올린 글에서 "모든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나는 나를 고발한 자를 만날 자격이 있다"면서 "특히 이른바 '내부고발자'라고 불리는 그자가 (내가) 외국 정상과 나눈 완벽한 대화를 완전히 부정확하고 사기성이 짙은 방식으로 묘사했기에 더욱더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2차, 3차의 간접 정보를 들어 나를 고발한 자를 만나고 싶을 뿐 아니라, '내부고발자'라는 그에게 대체로 부정확한 이 정보를 불법적으로 제공한 사람도 만나야겠다"면서 "이 사람은 미국 대통령에게 스파이 행위를 벌인 것인가? 커다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조사를 진두지휘하는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에 대해선 자신이 실제로 말하지도 않은 내용을 지어내 의회에서 위증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그(시프 위원장)의 거짓말은 의회에서 나온 거짓말 중 가장 뻔뻔하고 사악하다"고 맹비난하면서 시프 위원장이 "사기 및 반역죄에 대해 최고 수준으로 심문받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급진적 좌파들,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 민주당 의원들은 미국에 큰 해를 끼치고 있다"며 탄핵 조사에 나선 민주당을 향해서도 폭언을 퍼부었다.

그는 민주당이 "미국과 내년 대선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미국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거짓말과 속임수를 일삼고 있다"면서 "그들과 가짜뉴스 미디어는 위험할뿐더러 나쁘다"고 재차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펠로시 하원의장과 민주당이 벌이는 '또 다른 마녀사냥'이라고 거듭 성토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의 기독교계 측근 중 한 명인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전하며 "만일 민주당이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 성공한다면, 이는 마치 남북전쟁처럼 우리나라가 결코 치유하지 못할 균열을 일으킬 것"이라며 주장했다.

그러나 남북전쟁까지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도 높은 공세는 공화당 내부의 반발을 초래했다.

공화당 애덤 킨징어(일리노이) 하원의원은 문제의 트윗이 올라온 지 30분도 안 돼 반박 트윗을 올려 "혐오스러운 정도를 넘어섰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나는 내전으로 피폐해진 나라들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단 한 번도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인용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경악했다.

민주당의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CBS 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고발자를 폄하하고 그에게 정보를 흘린 사람들을 '스파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얼마나 위험하고 추악한 행동인지 형언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날 트윗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비리 의혹을 조사하라고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불거져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나왔다.

그동안 탄핵에 주저하던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하자 지난 24일 본격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공식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칼을 뽑아 들었다.

이후 하원 6개 상임위가 탄핵소추가 가능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돌입했으며, 특히 시프 위원장이 이끄는 정보위가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의혹을 처음 감찰관에게 고발한 내부고발자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그를 '미 중앙정보국(CIA) 소속 남성 당국자'라고 전했다.

그는 다수의 백악관 당국자 등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내부고발자가 의회에 출석해 비공개로 증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그의 변호인단은 의회와 일정 등을 조율하는 중이라고 29일 저녁 확인했다. 또 의회에 서신을 보내 내부고발자와 관련 인사들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번 탄핵 조사는 트럼프 시대의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고 더힐은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의혹이 불거진 뒤 탄핵 조사 추진을 요구하는 민주당 하원의원 숫자가 더욱 늘어 이제는 대다수가 이를 지지하고 있어서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는 탄핵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민주당이 탄핵 조사에 착수한 이후 탄핵 추진을 지지하는 여론이 심상찮은 조짐을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찬성하는 비율은 반대와 같은 43%였다가 불과 사흘 뒤인 29일 CBS방송 여론조사에서는 55%로 급증하며 절반을 넘었다.

이는 표본이 같지 않아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탄핵 추진에 대한 찬성 여론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