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男31명, 女8명 등 모두 중국인…'브리티시 드림'꿈꾸며 밀입국 시도 불법 이민자 인듯

20대 트럭 운전사 살해 혐의로 체포 조사중
인신매매·밀입국 주선 범죄조직 연루 의심
지난 2000년에도 58명 트럭 컨테이너 사망

영국 동남부 공장 단지 컨테이너 트럭에서 39명이 시신으로 발견돼 영국이 발칵 뒤집혔다. 언론들에 따르면 희생자들은 모두 극한의 추위 속에서 동사(凍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해당 컨테이너는 보통 영국식 비스킷 같은 냉동 식품을 운반하던 컨테이너로, 영하 25도까지 내려가는 냉각 장치를 내부에 탑재했다.

희생자들은 실은 이 컨테이너는 22일 오후 2시 벨기에 서북쪽 항구도시 제브뤼헤를 출발해 이날 오전 12시 30분 영국 템즈강 하류 퍼플릿 항에 도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소 10시간 동안 혹독한 추위 속에 갇혀있어야 했다는 의미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시신 39구가 모두 중국인이라고 발표했다. 시신은 여성 8명, 남성 31명이다. 다만 개개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에식스 경찰은 북아일랜드 출신의 25세 남성 트럭 운전자를 살인 등의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BBC는 에식스 경찰이 39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해당 트럭 운전자 모 로빈슨(25)을 24시간 더 심문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고도 전했다. 경찰은 간밤에 북아일랜드 지역 2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앤드루 마리너 총경은 "매우 처참하고 비극적인 사건"이라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규명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살인 혐의 조사와 더불어 범죄조직이 인신매매 및 밀입국 등을 주선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국가범죄수사국(NCA)은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에식스 경찰에 요원들을 파견했다"며 "이번 죽음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조직범죄 그룹을 식별하고 대응하기 위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언론은 이들이 '브리티시 드림'을 꿈꾸며 영국행 밀입국을 선택한 불법 이민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2000년 6월에도 중국인 이민자 58명이 트럭 컨테이너에서 도버 해협을 건너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트럭 운전자는 이듬해 살인 혐의로 수감 생활을 했다.

영국 경찰은 자신의 가족이나 친척, 지인이 사망자 가운데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위해 긴급 연락처를 신설하며 정확한 신원 파악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