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인 오케스트라 단원만 비자 거부…美 음대, 공연서 제외하려다 결국 공연 연기
[뉴스분석]

명문 로체스터대 이스트먼음대 오케스트라
한한령 굴복 비자 안나온 한 단원 3명 제외
"부끄럽다 학장 당장 사퇴하라" 곳곳서 비난

미국의 한 음악대학이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에 굴복해 소속 오케스트라 한국인 단원 3명을 중국 공연에서 제외시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예술계는 물론이고 대학 동문과 대중이 이에 크게 반발하자 대학 당국은 공연 자체를 무기한 연기했다.

뉴욕의 명문 로체스터대 이스트먼음대 소속 오케스트라 '이스트먼 필하모니아'는 12월 30일부터 내년 1월 8일까지 상하이 항저우 등 중국 8개 도시를 돌며 투어 공연을 할 계획이었다. 제이멀 로시 이스트먼음대 학장은 25일 대학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중국이 한국인 단원 3명에게만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며 "비자를 받기 위해 워싱턴 의회 관계자와 뉴욕 주재 중국영사관에 2주 넘게 입국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지만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 단원들에게 양해를 구했으며 그들을 제외하고 중국 투어를 가기로 결정했다"면서 "만약 공연을 포기한다면 중국에서 이스트먼 필하모니아에 대한 이미지가 추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이 2016년 미국이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로시 학장은 "중국의 여행 파트너가 9월에 한국인 학생 3명의 비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왔다"며 "이는 2016년 미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한국 예술가들의 중국 공연을 막아온 대응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내 온라인에선 로시 학장의 결정을 비난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이스트먼 음대 박사과정 학생인 다이애나 로젠블럼은 페이스북에 "로시 학장의 결정은 학교의 '차별 금지 정책'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학생 배제 소식을 전한 '바이올리니스트닷컴'도 "인권운동 시기엔 백인 재즈 뮤지션들이 흑인 동료들을 환영하지 않는 공연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사엔 "투어 배제 결정은 비상식적이고 비겁하며 옳지 않다. 로시 학장은 당장 사퇴하고, (투어를 가기로 한) 단원들도 예술가가 될 것인지 체스판의 졸(폰)이 되고 싶은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댓글도 실렸다. 다른 네티즌은 "유능한 지도자라면 한국 학생들이 투어가 계속되길 원하더라도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대신 투어를 취소할 것"이라는 주장을 댓글로 올렸다.

반발이 심해지자 로시 학장은 29일 "오케스트라의 모든 단원이 비자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중국 공연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학 동문인 줄리아 해터미어 씨는 30일 NBC 방송에 "이 같은 배타적인 정치적 태도를 취한 것이 부끄럽다"고 일침을 놓았다.

로시 학장이 공연을 연기하기로 한 것도 자신의 공연 강행 결정에 대한 비판이 계속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로젠블럼은 미 NBC 방송에 "로시 학장은 아마 자신의 당초 결정 대한 반발이 엄청난 것에 놀랐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결정을 번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