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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유니버스에 이어 '2019 미스 월드'우승도 흑인… 5대 미인대회 휩쓸어

의사 지망 자메이카 출신 23세 대학생 왕관
"스스로를 믿어라, 모두 꿈 실현할 능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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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주의·성적 고정관념의 강력한 진화 상징
아직도 유럽인 중심의 시각 여전, 갈길 멀어

올해 세계 주요 미인대회의 우승자 자리를 흑인 여성이 휩쓸었다. 1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9 미스 월드'대회에서 자메이카 국적의 흑인 여성 토니앤 싱(23·사진)이 우승 왕관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 진행된 미스 USA, 미스 틴 USA, 미스 아메리카 등 이른바 '미국 3대 미인대회'는 물론이고 미스 유니버스와 미스 월드까지 정상급 미인 대회를 흑인 여성이 휩쓰는 진기록이 만들어졌다. 미국 미인대회가 끝난 직후 뉴욕타임스는 "미(美)에 대한 관점이 인종주의와 성적 고정관념으로 훼손됐던 과거로부터 얼마나 많이 진화했는지 보여주는 강력한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자메이카 세인트토머스에서 태어난 싱은 플로리다대에서 심리학과 여성학을 전공하고 의과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다. 자메이카 출신이 미스 월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59년 이후 네 번째다. 자메이카는 이전에 1963년, 1976년, 1993년 미스 월드 우승을 차지했었다.

싱은 69회를 맞은 올해 미스 월드 대회에서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 'I Have Nothing'을 열창해 청중의 환호를 받은 싱은 우승 직후 트위터를 통해 "세계의 모든 소녀들이여, 스스로를 믿으세요. 여러분은 가치가 있는 사람이고, 꿈을 실현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라며 "이 왕관은 내 것이 아니라, 당신들의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지난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2019 미스 유니버스'대회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인 조지비니 툰지(26)가 우승했다. 성폭력 반대 운동가인 그는 당시 수상 소감으로 "나와 같은 피부색과 머릿결, 생김새를 가진 여성들이 결코 아름답다고 여겨지지 않는 세상에서 자랐다"며 "오늘로 그런 생각을 끝내야 할 때"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에앞서 지난 5월 '2019 미스 USA'선발대회에서 재소자들에게 무료 법률 상담을 해온 변호사 출신 흑인 여성 체슬리 크리스트(28)가 최종 우승자에 선정됐고, 4월 열렸던 '2019 미스 틴 USA'에선 역시 흑인 여성인 칼리 개리스(19)가 왕관을 썼다. 2019 미스 아메리카에서도 역시 흑인 여성 니아 프랭클린이 우승 왕관을 썼다.

세계 주요 5개 미인대회에서 흑인이 왕관을 동시에 차지한 것 처음 있는 일이다.

이처럼 오랜 기간 백인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국의 미인대회에서 흑인 여성의 비중이 늘어난 배경으로는 달라진 미의 기준과 흑인 여성의 위상을 들 수 있다. 일례로 미스 틴 USA 우승자인 자넬 비숍은 자연스러운 곱슬머리를 생머리로 손질하지 않고 대회에 참가했지만, 오히려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블랙 걸 매직(#BlackGirlMagic) 운동 등 SNS를 중심으로 흑인 여성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한몫했다. 블랙 걸 매직이라는 해시태그는 2013년 6월 카숀 톰슨이라는 흑인 여성이 의류 사업을 하면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흑인 여성의 곱슬곱슬한 머리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의미로 쓰던 태그는 점차 흑인 여성의 미적 아름다움과 힘, 업적을 바로 보자는 의미의 운동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미스 블랙 아메리카'출신 애슐리 엔카디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그녀는 "미인대회는 여전히 유럽인 중심의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