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원격 조종', 바그다드'표적 사살'

집중진단 / 이란 군부실세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

정보 새 나갈라 극비 보안, 거미줄 동선 체크
수뇌부 암살 등 본격적인 드론전쟁시대 개막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군부실세인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의 중대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외교안보 최고 당국자 6명하고만 이 작전을 논의했다. 이들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지나 해스펄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이었다.

▶'임기 표적'사살 작전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에 대해 고민하는 것조차 언론에 흘러나가 마치 그가 약한 것처럼 비쳐질까봐 걱정했다. 솔레이마니가 폭사 작전이 단행됐던 곳이 바그다드였는데, 이라크 정부에게도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보안 때문이었다.
미군이 사용한 무기는 'MQ-9 리퍼'라는 이름의 드론이었다. '닌자 폭탄'이 탑재된 이 드론은 요인 저격용 드론이다. 미 본토에서 조종해 미군 피해 없이 적국의 타깃을 핀셉처럼 집어내 공격하는 방식이다. 사전에 정해둔 위치에서 표적을 제거한 것이 아니라 아니라 실시간으로 솔레이마니의 동선(動線)을 추적해 공격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CNN은 이번 작전이 '임기(臨機) 표적'(Target Of Opportunity) 방식으로 수행됐다고 전했다. 드론에 탑재된 감시카메라, 적외선 센서 등이 수집한 정보를 인공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미 본토에 있는 지상 작전통제부에 전달하고, 이를 토대로 드론 조종사들이 전자장비를 원격 조정하며 표적을 정밀 추적해 타격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7일 이라크 중북부 키르쿠크의 미군 기지가 로켓포 공격을 받아 미국 민간용역 회사 직원 1명이 숨진 이후 술레이마니 제거 작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그날 이후 솔레이마니의 동선을 추적하며 솔레이마니 제거를 위해 1주일 동안 그의 동선을 꼼꼼히 체크했다.

▶공격용 드론무기 美 최고
비밀 정보원, 이란 정부 통신 도청, 비행 정찰과 숨겨진 다른 감시 장비 등을 통해 술레이마니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던 트럼프 행정부는 솔레이마니 제거보다 덜 폭발적인 이란 선박 또는 미사일 기지, 이라크의 친(親) 이란 민병대에 대한 폭격을 검토했다. 그러나 미국은 정면승부를 택했다.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비행기편으로 이라크 바그다드에 도착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던 미국에게 솔레이마니 제거는 식은죽 먹기나 마찬가지였다.
세계 최강의 전력을 보유한 미군은 공격용 드론 무기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 드론을 실전(實戰)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국가도 미국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1기 재임 시절(2009~2013년) 미군은 드론 공격으로 중동 테러조직 알 카에다 조직원 3300여명을 사살했다. 이 중 고위간부급만 5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알 카에다와 탈레반 조직을 드론 공격으로 와해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알 카에다 예멘 지부(AQAP) 핵심 간부인 나시르 빈알리 알안시(2015년 5월), 알 카에다 핵심 테러리스트인 모크타르 벨모크타르(2015년 6월), AQAP의 최고 지도자 나세르 알와히시(2015년 6월), 알카에다 이인자 아부 알 카이르 알마스리(2017년2월) 모두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살됐다.
드론의 군사적 활용 가치가 높아지면서 미국뿐 아니라 영국, 이란, 이스라엘 등도 드론 확보를 늘리고 있다. 과거엔 감시·정찰 용도로 국한했다면 이제는 각종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을 장착한 공격용 드론이 활약하고 있다.

스테이크 만찬 즐기면서 "제거해"

이란 공습 작전 당시
트럼프 골프리조트에

공습 당시 트럼프 대통령는 자신 소유의 골프 리조트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제거 명령을 승인하고 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등 오랜 지인들과 스테이크와 아이스크림 등으로 만찬을 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이 민감한 중동 관련 결정을 내릴 때와는 크게 달랐다. 논의 과정과 장소, 상황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특유의 기질과 함께 그의 예측 불가능성과 변덕스러움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美참수작전'에 北침묵
김정은 5일째 두문불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1일 막을 내린 당중앙위 전원 회의 참석을 마지막으로 공개 석상에 나오지 않고 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지난 2일 김정은이 새해를 즈음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했지만 참배 시점과 사진·영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은은 당중앙위 전원 회의에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시험·발사 유예) 파기를 위협하고 '대미(對美) 정면 돌파전'을 선언했다. 이 직후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를 '참수 작전'으로 제거한 것이 북에 상당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리란 분석이 나온다.

"전쟁날 땐 金이 최고"
최고치…유가도 껑충

금과 채권을 비롯한 대표적 안전자산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지정학적 악재가 빠른 시일 안에 해소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 금값은 1온스당 1553.52달러로 지난해 9월 미·중 무역갈등 격화 이래 최고가를 찍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동 위기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6년 만에 최고가 경신은 물론 금 시세가 1온스당 1600달러 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인들 중동 탈출
이라크 등서 출국령

전운(戰雲)이 감돌면서 이라크와 중동의 미국인들 탈출도 시작됐다. 이라크의 석유 회사 등에 근무하는 미국인 직원들이 이라크를 떠나고 있다.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은 솔레이마니 제거 직후 모든 미국 시민권자에게 즉시 이라크에서 출국하라는 소개령을 내렸다.

"그래도 전쟁은 안돼"
美 전역서 반전 시위

지난 4일 미국의 80여개 도시에서 반전 시위가 벌어졌다.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는 시위대 1000여명이 전쟁 반대와 미군의 중동 철수를 외쳤다. 시위대는 "만약 미국인이 나서지 않는다면 이번 전쟁은 세계 전체로 확산돼 예측할 수 없는 규모의 비극과 참상을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3년 이라크전쟁 발발 이후 이 정도로 많은 인파가 시위에 몰린 것은 처음이다.

미국 곳곳 테러 공포
LA공항등 경계 강화

미국도 비상이다. 특히 이란인을 비롯해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 주는 지역별 경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당국은 테러 가능성이 높은 곳에 순찰력을 증강하고 특히 남가주내 이란계 공무원들과 그들의 자산을 감시하고 있다. LAPD도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아직 신뢰할만한 위험은 감지되지 않았다며 시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LA국제공항은 이미 강도높은 모니터링을 진행해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