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례식장 주인 5년전 버스 모양 관 선물
"나갈 문 없는 것 빼곤 내 버스와 똑같네"
지난주 별세, 소원대로 스쿨버스 관 장례

은퇴한 스쿨버스 기사가 자신이 몰던 버스와 꼭 같은 모양의 관에 누워 편안히 눈을 감게 됐다. 19일 CNN 등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한 노인이 버스 모양의 노란색 관에 누워 장례식을 치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네소타주 모워카운티 그랑 미도우시. 글렌 데이비스(88)는 인구 1170명의 이 작은 마을에서 55년간 스쿨버스를 운전했다. 1949년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운전을 시작한 그는 2005년 은퇴할 때까지 사고 한번 없이 아이들을 실어날랐다. 손자들도 할아버지의 버스를 타고 학교를 오갔다. 55년간 그를 거쳐 간 버스만 5대, 주행거리는 128만7475km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이 마을에서 데이비스를 모르는 아이들은 없었다.

그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어느 날 사위에게 '스쿨버스 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 "내가 죽으면 스쿨버스에 묻어달라"라고 했을 정도였다.

웃어넘길 법도 한 이야기였지만 그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현지언론은 마을 장례식장 주인이 2015년 그에게 직접 만든 '스쿨버스 관'을 선물했다고 전했다. 장례식장 주인은 "딸이 18개월 당시 암에 걸려 힘들어할 때 데이비스가 살뜰히 보살펴준 것이 고마워 보답의 의미로 관을 선물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데이비스가 처음 몰았던 03번 버스를 본떠 만들어진 관은 노란색 페인트칠부터 정지 신호판까지 영락없는 스쿨버스였다. 당시 관을 받아든 데이비스는 "나갈 문이 없는 걸 빼고는 스쿨버스와 똑같다"며 뛸 듯이 기뻐했다.

그 후로 5년이 지난 15일,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데이비스는 자기 뜻대로 스쿨버스와 함께 묻히게 됐다. 자녀들은 아버지의 죽음에 슬퍼하면서도, 고인이 인생의 마지막 스쿨버스를 몰고 천국으로 향할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