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나오지 말고 2주간 재택근무하라"

[뉴스포거스 '코로나 19'확산/달라진 한인 일상]

'신천지'사태 슈퍼 감염지 대구 친지 안부전화 급증
한국 거주 모친 팔순 잔치 가려는데 가족들 "오지마"

일부 교인 "사람 모이는데 가기 꺼려" 교회도 비상
'예배시 마스크 허용. 악수대신 목례'예방 안내지도


'코로나 19'이 한국을 뒤덥고 있다. 지난 주말 사이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시민들의 공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같은 한국에서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안감이 미주 한인사회까지 번지고 있다. 경제적인 타격은 물론 친지 방문 등의 일상생활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호텔서 배달 음식만"
최근 보름동안 한국을 방문하고 23일 LA로 돌아온 김모씨(30·LA)는 "이런 여행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김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에 도착했는데 대구 신천지로 인해 확진자가 급증하는 바람에 호텔 밖에 거의 나가지도 못하고 배달 음식만 시켜먹었다"며 "시종일관 마스크를 착용하느라 턱에 땀이 차고 손을 하도 닦아서 불어 터졌다"고 하소연 했다. 김씨는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으면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코로나19 경보 문자가 불안감을 증폭시켰다"며 "가방 속에 휴대용 세정제만 10개를 구비하고 공공 화장실에선 물을 내릴땐 손잡이를 발로 내렸다"고 설명했다.
귀국길도 한산했다. 김씨는 "인천 공항에 도착했는데 미국행 전용라인에 사람이 한 두명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공항 직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며 "다른때 같으면 한국을 떠나기가 싫어 아쉬웠을 텐데 이번 만큼은 빨리 미국에 돌아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에 돌아오자 김씨는 "한국서 2주 휴가를 마치고 LA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회사로부터 '2주동안 회사에 나오지 말고 재택근무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갑작스런 회사의 전화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루 두세번씩 안부전화
한국에 가족 친지의 안부를 걱정하는 한인들의 연락도 크게 늘었다. 특히 '신천지' 사태로 슈퍼 감염지역으로 떠오른 대구에 친지를 두고 있는 한인들의 걱정은 이만저만한게 아니다. 대학생 윤모씨(22·플러튼)는 "최근 한국으로 역이민 간 친언니가 하필 대구에 거주한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윤씨는 "언니에게 연락을 했더니 거리는 텅텅 비고, 마트에는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다고 하더라"며 "절대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만 있으라는 말밖엔 해줄말이 없어 답답했다"고 전했다. 윤씨는 "가족들 걱정에 하루하루 불안해 하고 있다"며 거의 하루에 두세번씩 안부 전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팔순 모친 "안와도 돼"
내달에 한국에 홀로 계신 어머니의 팔순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던 한모씨(53·패서디나)는 고민끝에 한국행 비행기를 취소했다. 한씨는 "인생에 한번뿐인 어머니의 팔순 잔치에 꼭 참석해서 함께 축하하고 싶었는데 워낙 시국이 불안하다 보니 어쩔수 없었다"며 "어머니도 원하지 않고 미국에 있는 가족들도 원하지 않아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한씨는 "언제쯤 코로나19가 잠잠해질 지 알수가 없어서 답답하다"며 "올 여름 가족과 함께 해외 여행도 계획하고 있었는데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비확인 소문도 횡행
LA에도 신천지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이모씨(47·LA)는 2주째 주말에 교회를 나가지 않고 있다. 이씨는 "신천지가 전염병을 퍼뜨리기 위해 신분을 감추고 일반 교회를 찾아간다는 소문도 도는 마당에 뭘 믿고 나갈수 있겠냐"며 "불안해서 사람 많은 곳엔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씨는 "주변에도 당분간 교회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 신자들이 적지않다"고 말했다.

▶'예방 행동수칙'배포
지난 주말 교회를 찾은 이모씨(60·세리토스)는 예배당 입구에서 안내지를 전달 받았다. 안내지에는 '코로나19 감염 예방 행동수칙'이라는 제목으로 '예배 시 마스크 착용 허가' 및 '악수 대신 목례로 인사하기' 등의 사항이 적혀있다. 교회 관계자는 "교인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고 교회 측 나름대로 예방을 확실하게 한다는 차원에서 안내지를 배포하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