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정부 "코로나19 치료에 백신보다 더 중요" 혈안…공급업체들은 주가 폭등
뉴스분석

이탈리아 의료시스템 붕괴로 확진자 치료 실패
투자자들, 백신 제조사 대신 인공호흡기로 몰려
미국과 유럽 각국 '인공호흡기 사재기'에 올인

"마스크가 문제가 아니다. 이젠 인공호흡기 전쟁이다."

코로나 19 대재앙 앞에서 전세계가 '인공호흡기'(ventilator)확보 전쟁에 돌입했다.

확진자 치료 과정에서 인공호흡기 부족으로 대규모 사망자를 낳은 이탈리아의 의료시스템 붕괴를 목격한 각국 정상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국민 치료를 위한 재고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 증시에서 인공호흡기 글로벌 공급업체인 독일 드래거를 비롯해 한국업체까지 주가 폭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지난 17일 미국과 유럽 주요국 증시에서 인공호흡기 제조사들 주가를 확인한 결과 독일의 세계적 공급사인 드래거가 전날 대비 9.27% 급등한 것을 비롯해 미국의 GE헬스케어(6.31%), 스웨덴 예팅에(Getinge·9.06%) 등 핵심 제조사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심지어 한국 내 제조사인 멕아이씨에스까지 18일 한국 증시 개장 직후 곧바로 29.86% 상한가로 직행했다. 독일계 드래거의 경우 지난달 50유로 수준이었던 주가가 최근 50% 이상 급등해 77유로대를 형성하고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나 백신 제조사가 아닌 인공호흡기 제조사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이유는 바로 미국과 유럽의 '인공호흡기 확보전쟁'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각 주지사들과 화상회의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인공호흡기 확보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자체 시뮬레이션을 통해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치할 경우 미국 내에서 최대 2억 명이 감염되고 170만 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또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은 "중국 후베이성 사망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체 감염자에서 85%가 의학적 치료가 필요없이 치유될 수 있지만 나머지 15%가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고, 특히 5%는 인공호흡기 처치가 필요한 중증환자"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CDC기 추산한 최대 2억명을 기준으로 5%에 해당하는 1000만명의 환자에 인공호흡기 처치가 필요할 수 있지만, 현재 미국 의료시설 내 확보된 인공호흡기는 6만2000개 수준으로 파악된다. abc뉴스 등 미국 매체들은 "6만개가 넘는 인공호흡기 인프라가 평시 의료시스템에서는 결코 적은 편이 아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중 중증환자가 급증할 경우 수요 대비 턱없이 부족해진다"고 염려하고 있다.

급기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자국에 생산기지를 둔 자동차 제조사들에 자동차가 아닌 인공호흡기를 제작해달라고 지난 16일 요청했다. 인공호흡기 대당 가격은 6만달러 가량으로 어지간한 고급 세단 가격과 맞먹는다. 영국 토종 기업인 롤스로이스와 다이슨 등이 현재 긴급 인공호흡기 제작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마치 시민들이 대형마트에서 생활필수품 사재기에 나서는 듯 미국과 유럽 각국이 '인공호흡기 사재기'에 나서는 이유는 바로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이탈리아 북부지역에서 관찰된 최악의 의학 참사 때문이다. 이탈리아 의료진들은 인공호흡기 부족 사태로 인해 먼저 온 고령 환자에게 처치를 못하고 생존율이 높은 젊은 환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윤리적 선택까지 하기에 이르러 충격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