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거리두기 등 방역지침 현실성 부족…지역사회 '2차전파' 우려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하룻밤 사이에 클럽 여러 곳을 다녀간 20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추가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클럽 수용인원이 수백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추세가 '폭증'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남성은 코로나19 확진 전인 이달 1일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이태원 클럽 5곳을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클럽, 술집 등 유흥시설은 '밀폐된 공간', '밀접한 접촉' 등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쉬운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한두명의 감염자가 수백명에게 감염병을 옮기는 슈퍼전파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

대부분의 유흥시설은 대부분 지하에 있고, 창문 등이 없어 환기가 어렵다. 또 한꺼번에 수백명에서 수천명이 한 공간에 머무는 구조여서 접촉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방역당국이 유흥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가슴을 졸였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확진자가 나온 유흥시설은 부산의 클럽 1곳과 서울 강남 대형 유흥업소, 경기 평택 미군부대 인근 와인바 등이다.

이 가운데 와인바에서는 업주를 중심으로 40여명이 넘는 '연쇄감염'이 이뤄졌다. 코로나19의 높은 전파력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다.

부산의 클럽과 강남의 유흥업소에서는 다행히 집단감염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자칫 슈퍼전파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부산의 클럽에는 감염자가 다녀간 날 480여명이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고, 강남 유흥업소의 경우 종업원이 확진돼 100여명이 접촉자로 분류됐었다.

용인 확진자의 경우 현재까지 접촉자가 50여명으로 분류됐지만, 클럽 5곳을 연달아 방문한 만큼 접촉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클럽에 동행했던 지인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유흥시설 내 코로나19 전파 확산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전날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사람들의 이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유흥시설에 대해 내렸던 '집합금지','영업주·종사자 및 이용자 간 신체 접촉 금지' 등의 행정명령도 해제된 상태다.

방역당국은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지침에 환기, 거리두기 등 유흥시설이 준수해야 할 방역지침을 담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지침에 따르면 유흥시설에서는 자연 환기가 가능한 경우 창문을 항상 열어두고, 창문을 열기 어렵다면 매일 2회 이상 주기적으로 환기해야 한다. 사람 간 간격도 2m(최소 1m) 유지해야 한다.

유흥시설 방문자 대부분은 직장을 다니거나 지역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연령이란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당사자는 건강해 면역력으로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지만, 지병이 있는 고령자 등에게 병을 옮기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클럽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젊은이가 가족에게 전파하고, 감염된 가족이 요양병원을 방문해 이곳에 있는 면역력이 약한 입원환자들이 코로나19에 걸려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정기석 한림의대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사실상 클럽과 같은 유흥시설에서 방역지침이 제대로 지켜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고 일상생활을 재개한 상황에서 유흥시설 운영을 당장 제한할 수도 없어 방역당국도 골머리를 앓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클럽을 방문한 젊은이들은 코로나19에 걸려도 가볍게 앓고 지나가겠지만, 이들이 가족이나 지역사회에 있는 고위험군에게 전파했을 때의 파급력을 고려해 방역당국도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e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