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고체로켓 추진기관 개발…500~2천㎞ 저궤도 군사위성 발사

사거리 확장 고체연료 미사일 가능…주변국은 이미 미사일 경쟁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한미가 미사일 지침을 개정해 한국의 우주발사체에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제한을 해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향후 군사적으로 어떻게 활용될지 관심을 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8일 브리핑을 통해 "오늘부터 우주 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하는 2020년 미사일 지침 개정을 채택한다"고 밝혔다.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고체연료 우주 발사체를 활용한 저궤도(500~2천㎞) 군사 정찰 위성을 언제, 어디서든, 우리의 필요에 따라 우리 손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으로 대형 고체로켓 모터(추진기관)를 개발해 군사 정찰 위성을 쉽게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과 고체연료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 정찰위성 확보 '425사업'에도 고체연료 로켓 사용 가능성

우리나라는 그간 액체 연료를 이용한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해왔다. 미사일 지침에 따라 우주 발사체에 고체연료를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체 연료 사용 로켓은 구조가 간단하고 비용도 액체 연료의 10분 1에 불과하다. 고도 200~300㎞의 저궤도 위성에는 고체 연료가 유용하다.

반면 액체 로켓은 추진체 탱크와 전용 연소실, 연소실로 추진체를 보내는 펌프와 부속품 등 구조가 복잡하다. 독성의 산화제를 쓰기 때문에 엔진 및 연료통을 부식시키는 단점이 있다. 액체 연료를 주입하면 일정 시간 이내에 발사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대형 위성체를 쏘려면 주로 로켓 4개를 묶어서 사용한다. 4개를 동시에 점화시키는 기술이 고난도인데 고체연료 로켓 사용 시 보다 수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체로켓 모터와 액체로켓 모터를 결합한다면 액체로켓만 사용할 때보다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군은 고체연료 로켓을 정찰위성을 띄우는 데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오는 2023년까지 정찰위성 5기를 전력화할 예정이다. 사업비 1조2천214억원을 투입해 영상레이더·전자광학·적외선 레이더 등을 갖춘 정찰위성 5기를 확보하는 425사업이다.

지난 21일 미국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으로 쏘아 올린 한국군 최초의 군사전용 통신위성인 '아나시스(Anasis) 2호'에 이어 정찰위성까지 확보하면 한국군의 작전 능력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초소형 큐브 위성 확보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고성능 정찰 장비를 탑재한 무게 1.3㎏가량의 큐브 위성 수십 개를 띄워 북한 전 지역을 샅샅이 감시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현무계열 탄도미사일에 사용되는 고체로켓 모터보다 더 큰 로켓 모터를 만들 수 있게 됐다"면서 "독자적인 정찰 위성 발사를 위한 대형 고체로켓 모터를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 한반도 주변 미사일 경쟁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기반 마련

또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증장거리 탄도미사일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물론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은 군사용이 아닌 민간용이지만, 우주발사체와 미사일은 기술이 동일해 여건이 허락하면 군사용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군은 고체연료를 사용해 현무-2A(사거리 300㎞), 현무-2B(500㎞), 현무-2C(800㎞)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전력화했다. 최근 개발에 성공한 탄두 중량 2t의 '괴물미사일' 현무-4도 고체연료로 알려졌다.

미사일 지침 때문에 모두 사거리 800㎞ 이하로 묶여 있었는데, 기술적으로는 그 이상의 사거리 미사일을 만들 수 있게 된 셈이다.

전력화된 순항미사일인 현무-3(1천㎞)은 액체연료다.

고체로켓은 1~2시간의 연료 주입 시간이 필요한 액체로켓과 달리 연료를 주입하지 않아 발사 시간이 빠르다. 군사용으로 제격이다.

한반도 지리적 여건을 고려하면 사거리 800㎞ 미사일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800㎞ 이상의 미사일은 북한을 넘어서 중국과 러시아까지 도달할 수 있다.

이 때문에북한을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들 나라는 모두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어 반발할 일이 못 된다는 지적도 많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소 8개에서 최대 16개의 분리형 독립목표 재돌입 핵탄두(MIRV)를 탑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보유한 데 이어 차세대 무기로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개발하고 있다.

일본도 고체연료 기반의 로켓 '엡실론'을 2013년 쏘아 올리고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도 신형 단거리 4종의 고체연료 미사일에 이어 ICBM 1단용 고체로켓을 개발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북한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수직발사대에서 2017년 3월 18일 고출력 엔진 분출시험을 진행했고, 북한은 이를 '3·18혁명'으로 부른다. 아울러 작년 12월에는 같은 곳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했는데 전문가들은 ICBM 1단에 사용되는 고체엔진 시험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작년 발사한 SLBM 북극성-3형(2단)은 고체 연료를 사용하면서 추력이 상승했고, 고체 연료 추진제도 개량되어 사거리가 50% 이상 늘어났다.

한편 일부 전문가는 미사일지침 개정으로 대형 고체 로켓을 개발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액체 로켓과의 중복 투자 가능성을 우려한다.

장영근 교수는 "우리나라는 개발한 액체형 로켓을 쓰지도 못했는데 군은 고체 로켓을 개발하고, 민간은 지금처럼 액체 로켓을 개발하면 중복 투자로 예산이 낭비될 수 있다"면서 "로켓 개발 계획을 새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