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대척점…주한미군 철수 반대·동맹 방위비 압박 비판

북 비핵화 톱다운 대신 실무협상 중시…통상정책선 보호무역 색채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제46대 미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한반도 정책에도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여러 정책적 입장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으며 이는 한반도 정책을 포함하는 외교 정책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동맹을 압박했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은 전통적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바이든은 동맹 체제를 미 글로벌 리더십에 필수적 자산으로 인식해왔다. 그는 '포린 어페어스' 3·4월호 기고문에서 한국과 일본, 호주 등과의 동맹 강화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NYT)가 민주당 대선주자를 상대로 실시한 외교정책 설문에서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등 동맹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서도 바이든은 트럼프와 입장이 다르다.

민주당은 사실상 바이든 정책 공약으로 여겨지는 정강·정책 초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압박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내놓은 초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관계를 훼손해왔다고 지적하고 "그는 한반도 핵 위기 와중에 동맹의 방위비 분담금을 극적으로 인상하기 위해 우리의 동맹인 한국을 갈취하려고 노력했다"고 지적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 접근법에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극명한 입장차를 보인다. 상원의원 시절 외교위원장을 역임한 바이든은 외교 전문가를 자처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담판으로 타결을 모색하는 '톱다운'(Top Down) 방식을 선호하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은 실무협상을 통해 다져나가는 '보텀업'(Bottom Up) 방식을 지향한다.

바이든은 2월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협상에서 실무 협상단의 권한을 높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당선 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견지한 입장인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 바이든 전 부통령은 한국·일본 등 동맹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도록 촉구하는 형태로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NYT 설문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은 김정은과의 사진 촬영 기회만 추구하며 경제 압박은 완화하고 군사훈련을 중단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1월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처럼 아무런 조건도 없이 김정은과 회담을 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통상 정책의 경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평소 자유무역과 다자협정 체제를 옹호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대선을 앞두고는 보호무역 색채가 짙은 공약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달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연상시키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연방정부가 미 제품 구매를 강화하고 미 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해외 제조업 의존을 줄이고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귀환)을 통한 일자리 창출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에선 공정무역을 추구하겠다면서도 미국 주도로 무역 규범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국과의 무역·통상 관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몰아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