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염려도 보완하고, 인종도, 성별도 다 끌어안아…자금 모금까지 '1타 4피'

뉴스분석/민주당 전당대회 팡파르

사상 첫 흑인 女부통령후보…48시간만에 5천만불
트럼프 저격하며 지지부진 민주당 캠프에 모멘텀

"일하러 갈 준비 됐나요?" "맙소사, 완전히 준비됐어요" "그럼 대답은 '예스'인가요?" "당연히 '예스'죠. 일하러 갈 준비 됐어요!"

지난 11일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부통령 후보 낙점 소식을 이렇게 알렸다. 해리스 의원이 '예스'라고 답할 때 바이든 전 부통령 얼굴에 함박웃음이 번졌고 이날 바로 지명이 발표됐다.

일하러 갈 준비가 됐다는 해리스 의원의 말은 맞았다. 해리스 의원은 공식 발표로 등판하자마자 48시간 만에 후원금 4천800만 달러을 끌어모으는 저력을 보여줬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여성 부통령 후보 낙점이라는 화제성에 77세인 고령의 바이든 전 부통령을 보완할 55세 해리스의 등장은 17일부터 나흘간의 전당대회를 목전에 둔 민주당에 순식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사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국이 코로나19에 강타당한 뒤 존재감 확보에 애를 먹었다. 전 국민의 관심이 코로나19 대응에 쏠리면서 대선에 대한 관심 자체가 실종된 탓이다.

그러다 확진·사망자의 속출로 트럼프 대통령의 부실 대처가 문제가 되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됐고 대선후보 확정이라는 대선 레이스 최대 이벤트 직전에 해리스 의원의 낙점을 공개하면서 시선을 한꺼번에 끌어모았다.

해리스 의원에게 기대되는 역할은 크게 보아 두 가지다.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아 바이든 캠프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과 검사 출신의 이력을 살려 트럼프 대통령을 가차 없이 저격하는 것이다.

이틀간 모인 후원금 액수만 봐도 '해리스 효과'가 분명히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정책에 집중하고 해리스 의원이 트럼프 저격에 초점을 맞추는 역할 분담 전략도 시너지를 내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달 초로 제시했던 부통령 후보 발표 시기를 미루면서 고심을 거듭했다. 결국 전당대회를 엿새 앞두고 택한 '해리스 카드'가 전당대회까지 여론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기폭제 역할을 한 셈이다.

해리스 의원은 나이와 인종, 성별 등 모든 면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보완한다는 게 강점이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지지자 31%가 바이든 전 부통령을 두고 가장 걱정하는 점이 나이와 건강이라고 답했다. 50대인 해리스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택함으로써 유고라는 최악의 상황에도 문제없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최초의 흑인여성 부통령 후보를 발탁하면서 소수 집단에 한층 다가갈 기반도 마련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애초 흑인사회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해리스 의원의 발탁으로 흑인사회의 지지를 결집할 뿐 아니라 다른 소수집단에도 긍정적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오늘(17일)부터 온라인 전당대회를 시작하는 민주당은 셋째 날인 19일 해리스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하고 수락연설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