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도 못나가고,
가족도 못만나고

뉴스진단

코로나19로 봉쇄 LA지역 양로원 노인들 깊은 한숨, 집단 감염 예방 철저한 출입 관리

몰래라도 외출했다간 시설 퇴출 경고
"전체 건강위한다지만 자유 너무 억압"

가주보건협 "풀어주면 금세 확산 위험"

LA 지역 양로원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한숨이 깊다.

최근 온라인 매체 LA이스트는 양로원에 거주하는 한 70대 노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양로원에 발이 묶인 노인들의 삶의 실태를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루시(75·가명)는 항상 혼자다. 밥도 혼자 먹고 대부분의 시간은 방에서 홀로 보낸다. 24시간 내내 돌아가는 감시 카메라 덕분에 자식들에게 전화를 할때도 눈치가 보인다.

루시는 자신이 양로원이 아닌 감옥에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루시는 "처음엔 이 모든 조치들이 감염 확산을 막고, 노인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 믿었다"며 "하지만 없는 사람 취급하 듯 방안에 가둬만 둔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의 일환으로 건강에 취약한 양로원 거주 노인들은 5개월째 가족과 친지들로부터 격리됐다.

그러나 이러한 엄격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이후 코로나19로 사망한 LA카운티 양로원 거주 노인은 2000명이 넘었다.

이에따라 LA카운티 대부분의 양로원은 아직 가족 등 방문객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양로원 거주자들의 외출도 전면 금지됐다.

가족들이 방문하면 종종 밖에 나가 머리를 자르고 마켓에서 장을 보는 등의 자유시간을 즐기던 루시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3월 중순부터 양로원 밖을 나가지 못했다.

양로원 측은 노인들에게 잠깐이라도 외출을 하면 시설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출입문 비밀번호도 바꿨다. 설사 몰래 나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다시 돌아올 수는 없게 된 것이다.

대부분 오갈 곳이 없어 양로원에 머물고 있는 이들은 유일한 보금자리에서까지 내몰릴까봐 두려움에 떨고있다.

이와 관련 양로원 거주자들은 카운티 당국에 자가격리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주장하고 외출 자유를 호소하고 있다.

LA 카운티 요양원 및 장기 요양 대변인 몰리 데이비스는 매주 25~35건의 민원을 받는다. 대부분 '양로원이 우리의 권리를 무시하고 퇴거 협박을 한다', '병원 진료조차 갈 수 없게 한다'는 불만 사항들이다. 데이비스는 안전을 위해 이들 사항들을 세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카운티 공중 보건국의 허락 없이 특별한 조치를 취할수 없는 상황이다.

양로원에 매일 출퇴근 하는 직원들은 자유시간에 마켓에 장을 보러 가거나 해야할 일들을 처리한다. 데이비스는 "양로원 거주자들 역시 직원들처럼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를 지킨다면 이들과 동일한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보건협회(CAHF)의 디안 왈터스 이사는 "누구에게나 외출할 권리는 분명히 있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된 무증상자가 시설에 함께 지내는 모든 사람들에게 미칠 위험에 대한 교훈은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시는 짧은 산책을 위해 외출을 감행해 노숙자 신세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부터 거주자들을 보호하는 것도 좋지만 그들의 정신과 육체적 건강을 위해 어느정도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루시는 "단 한 시간만이라도 밖에 나가고 싶다"며 "맘껏 울고 싶어도 감시 카메라 때문에 울 자유조차 없다"고 하소연했다.

☞ 한인타운 양로원은
한인타운의 S양로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안전상의 이유로 양로원 방문 및 건물 밖 외출이 전면 금지됐다"며 "건강이나 가족에 관련된 위급상황에는 외출을 허락하지만 코로나19 테스트 후에 음성반응이 나와야만 다시 입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