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 뚫고 아파트 탈출한 주민들…대피 때 멀쩡한 집은 홀랑 타 망연자실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김용태 기자 = "창밖으로 불덩이가 된 패널이 떨어지게 보였어요. 욕실 물이 안 나와 변기 물에 수건을 적셔 나왔어요."

9일 오후(한국시간) 울산 남구 삼산동 한 호텔 로비에는 지난 밤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에 쫓기듯 집에서 나온 주민들이 대피해 있었다.

주민들은 상기된 얼굴로 당시 상황을 두고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주상복합 건물 고층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남편이 직장에 있어 혼자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창밖으로 불덩이가 된 패널이 떨어졌다"며 "밖으로 나가려고 하니 현관문 도어락이 열기에 녹아 열리지 않아 소방에 신고했다"고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했다.

그는 일단 소방당국이 전화로 안내하는 대로 욕실로 들어갔으나 집 안으로 연기가 너무 많이 들어와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수건에 물을 적시려고 했지만, 물도 나오지 않아 변기 물에 수건을 묻혔다.

그리고는 수차례 현관문을 발로 차 맨발로 겨우 밖으로 나왔지만, 복도는 연기가 가득 차 캄캄했다.

그는 "벽에 손을 짚고 기어서 이동하다가 계단과 통하는 방화문을 발견했는데 손잡이가 뜨뜻했다"며 "그때 소방관 목소리를 들었고, 겨우 만나 옥상으로 대피했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19층에 사는 다른 부부는 잠을 자다가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일어나 밖을 보니 소방차가 여러 대가 와 있는 게 보였다.

서둘러 옷을 챙겨 입던 중에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는 휴대전화만 챙겨서 소방관 도움으로 대피했다.

이들 부부는 "대피할 때만 해도 집이 멀쩡했던 것 같은데, 지금 보니 홀랑 타버렸다"며 망연자실했다.

지난 8일 오후 11시 7분께 발생한 주상복합 삼환아르누보 화재는 발생 15시간 40여분만인 9일 오후 2시 50분께 완전히 진압됐다.

소방당국은 소방관 1명을 포함해 모두 93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가운데 3명은 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관들은 현장에서 77명을 구조했다.

cant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