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타임스 "객실 내 유해가스 유입 알려진 것보다 흔해"

객실제공 공기에 엔진오일 누출…시차적응 증상과 구분불가

2년간 조종사 48명 업무 못할 정도로 피해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비행기 객실에 유독가스가 유입되는 일이 알려진 것보다 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타임스)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연방항공청(FAA)에 제출된 보고서, 공항 응급치료 기록, 항공사 내부 정비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보도했다.

객실 내 유독가스 유입은 엔진을 통해 주입되는 공기에 엔진오일이 스며들면서 주로 발생한다.

비행기 엔진은 외부 공기를 흡입한 후 압축해 일부를 객실로 보낸다. 엔진 속 밀봉이 잘 안 되는 등 결함이 있으면 이 과정에서 엔진오일이 공기로 누출될 수 있다.

고온의 엔진오일에는 인산트리크레질(TCP), 일산화탄소 등 유독 성분이 함유돼 있다.

엔진오일로 오염된 공기가 객실에 공급되는 사고는 오래전부터 알려졌지만, 업계는 이런 사고가 매우 드물고 누출되는 가스양도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NASA의 안전 보고서를 보면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 사이에만 362건의 객실 내 가스누출 사고가 보고됐다고 LA타임스는 지적했다.

이 기간 관련 사고로 치료받은 조종사, 승무원, 승객은 400명에 육박했다. 조종사 48명은 가스 때문에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보고됐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의 최근 연구에는 NASA 안전 보고서는 자발적 신고를 토대로 작성돼, 실제 사고 사례는 더욱 많을 수 있다고 돼 있다.

누출 가스가 냄새가 나지 않고, 노출시 주로 겪는 두통과 피로 등 증상은 시차 변화에 따른 증상과 구분할 수 없어 누출이 일어나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LA타임스는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최근까지도 이런 사고는 지속해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정부의 항공 관련 기록을 보면 지난 8월 보스턴과 올랜도행 제트블루 항공 비행기에서 객실 내 가스 누출이 발생했다.

3월 26일에도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행 아메리칸항공 비행기에 같은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기내 모든 승무원은 어지럼증과 매스꺼움을 겪고 산소마스크를 써야 했다.

이처럼 객실 내 가스누출은 잘못하면 심각한 비행 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항공사들은 승객이나 규제 당국에 누출 사실을 알릴 의무가 없다.

FAA를 포함한 정부 기관에서 가스누출 사고나 이에 따른 건강 위험을 조사하려는 시도도 없다고 LA타임스는 지적했다.

FAA는 LA타임스에 성명을 보내 "각종 연구에 따르면 기내 공기 질은 일반 주택이나 사무실 공기와 같거나 더 좋다"라면서 현재로선 감지 센서나 필터 등을 설치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yo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