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질의서에 '본안' 언급…징계 사유·절차 등 쟁점도 심리할 듯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심문이 추가로 열리게 되면서 재판부의 판단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가 22일 1차 심문 후 이례적으로 집행정지 심문을 연장한 건, 집행정지 재판이 사실상 정직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 재판을 대신한다는 판단을 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본안 소송 판결이 2개월의 정직 기간이 만료되는 내년 2월은 물론 윤 총장 임기가 끝나는 내년 7월까지도 내려지기 어려워, 집행정지 재판에서 본안 소송의 쟁점까지 광범위하게 다뤄질 것이란 예상이 그대로 현실화한 셈이다.

◇ '징계사유·절차·재량권' 등 본안소송 쟁점까지 심리

집행정지는 본안 소송 판결에 앞서 신청인의 회복할 수 없는 손해와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될 때 행정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이다.

윤 총장 측은 검찰총장의 부재로 인해 생겨날 혼란을 회복할 수 없는 손해로, 주요 사건 지휘의 공백 등을 긴급한 필요성의 근거로 주장하며 항변해왔다.

법무부 측도 집행정지의 요건인 공공복리를 들어 윤 총장의 직무 유지가 검찰 공정성에 위협이 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이 같은 집행정지 요건 외에 본안 소송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질 징계의 사유, 징계의 절차, 징계권자의 재량권 등에 대해서도 심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양측 모두 추가적인 대비가 필요해졌다.

윤 총장 측은 줄곧 주장해온 대로 이번 징계가 윤 총장의 퇴출을 목적으로 한 '낙인찍기'에 불과한 부당한 징계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선 검사징계위원회 때부터 윤 총장 측은 징계위 구성의 위법성과 징계위원의 편파성 등을 근거로 징계의 부당성을 제기해왔다.

반대로 법무부 측은 이번 처분이 지난달 윤 총장에게 내린 직무배제 처분과 달리 '대통령 재가'를 통해 집행됐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측 이옥형 변호사는 이날 심문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직 처분은 대통령의 헌법상의 권한과 책무에 따라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24일 결론 날까…재판부 '숙고' 돌입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판부가 집행정지 심문 기일을 추가로 지정해 그 사이 이틀이라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 만큼 2차 심문 기일인 24일은 결론이 내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직무배제 집행정지 신청 재판 때도 심문 이튿날 바로 결론이 나왔던 점에 비춰 이번 재판도 23∼24일 윤곽이 드러나지 않겠냐는 추측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날 1차 심문 후 예상밖으로 추가 심문기일을 지정하면서 보다 심도 있게 사건을 심리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치자, 성탄절 이후에나 결론을 내지 않겠냐는 예상도 나온다.

더구나 재판부는 이날 양측에 추가 질의서를 보내 본안에 대해 어느 정도로 심리가 필요한지, 징계위원회의 구성이 적법한지, 징계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 등을 요구했다.

이 밖에도 재판부 분석 문건의 용도가 무엇인지, 감찰 개시를 총장의 승인 없이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답하도록 했다는 게 이옥형 변호사 측 설명이다.

따라서 양측의 답변서를 받고 심리하는 시간과 24일 추가로 나올 의견까지 합하면 당일 결론을 내기에는 다소 시간이 촉박할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징계 사유, 징계 절차 등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데, 자칫 성급하게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재판부가 고려했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 '회복할 수 없는 손해' vs '공공복리에 위협' 여전히 쟁점

집행정지의 기본 요건인 회복할 수 없는 손해와 긴급한 필요성을 둘러싼 양측 공방도 2차 심문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1차 심문에서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검찰총장의 부재로 인해 발생할 혼란과 원전 수사 등 주요 사건 지휘에서의 공백 등을 강조했다.

반면 법무부 측은 윤 총장의 직무 복귀가 검찰 공정성에 심대한 위협을 초래할 가능성과 징계처분 무력화에 따라 행정조직의 안정이 깨질 우려 등을 내세웠다.

재판부의 질의서에도 공공복리와 회복할 수 없는 손해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심문 이후 재판부는 윤 총장의 회복할 수 없는 손해와 법무부가 주장하는 공공복리에 대한 위협을 비교 형량해 최종 판단을 내릴 전망이다.

한편 법원의 결정이 나온 뒤에도 윤 총장은 인용 여부와 무관하게 본안 소송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acui7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