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바람에 직장 잃고, '온라인 수업' 대학생활 불안…

뉴스포커스

LA 미 육군 모병소, "입대 지원 한인 20% 증가"
월급 적지만 학업 기회, 다양한 베네핏 등 유혹
"감염 확산 잠시 피하고, 제대 후 새 인생 모색"

#지난 10년간 다운타운 자바 의류 업체에서 일해온 대니 박(32·가명)씨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자바 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실직의 아픔을 겪었다. 가뜩이나 불경기에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당장 아내와 아이를 먹여살리는 일도 걱정이었다. 결국 그는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사태에 자바는 더이상 큰 비전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 끝에 미군 입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군 입대후 받는 월급이 자바 업체에서 얻은 수입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모병소와의 상담 결과 군에서 받는 혜택이 월급 뿐 아니라 주택비,식비,학비 보조 등 무궁무진 하다는 것을 알게됐다. 박씨는 "앞으로 자녀 양육을 생각했을 때 미군 입대가 되레 기회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평소 전자 기계과 기술에 관심이 있던 박씨는 다행히 '대공방어를 전담하는 병과'를 선택할 수 있었다. 박씨는 4년 계약을 통해 2만달러의 현금 보너스를 받았다. 그는 "가족을 위해 안정적인 직장에서 돈 걱정 없이 평소 하고 싶던 공부를 맘껏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산세로 군 입대를 지원하는 한인 젊은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LA 미 육군 모병소의 오세일 모병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군 입대를 지원하는 한인 비율이 전에 비해 약 20% 증가했다. 악성 전염병으로 인한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 안정성이 보장되는 군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입대를 지원한 케빈 김(29·가명) 씨는 이달 말 기초 군사 훈련을 앞두고 있다. 평범한 가정에서 어려움 없이 이민 생활을 이어왔던 김씨는 남들처럼 대학을 졸업하고 안정적인 직장도 다녔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로 회사가 구조 조정을 하면서 한순간에 실직자가 됐다. 김씨는 "다른 직장을 구한다고 해도 또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코로나 확산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며 "무엇보다 150개의 직종을 제공하는 미군에서 체계적인 교육과 실습을 받고 제대 후에도 안정적인 일자리가 보장된다는 점이 입대의 결정적 이유"라고 전했다.
김씨는 군대의 병원이나 클리닉에 소속된 약국에서 약사를 보조하는 병과인 'Pharmacy Specialist'에 지원했다. 그는 "앞으로 의료계 분야 직업이 뜰 것이라는 생각에 선택했다"며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 같아 설렌다"고 말했다.

대학생 데릭 이(23·가명)씨는 지난주 군에 입대했다. 코로나19는 이씨가 꿈꾸던 대학생활을 망쳐놨다. 강의실에서의 수업은 물론 기숙사 생활을 비롯해 친구들을 만날 기회조차 앗아갔다. 집에서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며 온라인 수업을 듣던 이씨는 결단을 내렸다. 대학 생활을 이렇게 할 바엔 차라리 군에 입대해서 새 삶을 살기로 한 것이다. 이씨는 군에서 Satellite Communication Systems Operator-Maintainer로 근무하게 됐다. 위성통신 장비 관련 장치를 관리하고 시스템의 양식과 보고서를 준비하는 직업이다. 그는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군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약이 끝난 뒤에도 받을 수 있는 여러가지 혜택을 누리며 윤택한 미래를 설계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LA 미 육군 모병소의 오세일 모병관은 "코로나19로 불안정한 생활 속에서 미래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의 군입대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안정적인 직업은 물론 학업 기회와 다양한 경제적 혜택이 있는 군대에서 새로운 삶을 찾기 원하는게 주된 이유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