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쏟아지는 음식·물건 기부, "입에 안맞아 못먹고, 쓸일 없어 집에 쌓아두기만"
생·각·뉴·스
'굿윌' 기부센터, 도네이션 4배 폭증 접수 난색
"버리지도 못하고, 가져갈 사람 없어 처치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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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에 끼니조차 해결못하는 사람 부지기수"
전문가들 "꼭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되게끔 해야"
이글락에 거주하는 김모씨(46)는 최근 집안 정리를 하면서 쓰지 않는 부억용품과 옷 등을 기부하기 위해 글렌데일의 기부센터 굿윌(Goodwill)을 찾았다. 그러나 오전 11시인데도 불구하고 기부센터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글렌데일 굿윌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오전 10시에 문을 열었는데 한시간만에 창고가 이미 가득 차서 더이상 물건을 받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만 있다보니 집안 정리를 하면서 필요없는 물건을 기부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코로나 이후로 기부량이 4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패서디나 굿윌의 관계자 역시 "코로나 이후로 기부하는 사람은 늘었는데 물건 받는 공간은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인력을 감축하면서 기부 물품을 운송하는 트럭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는 "오후 3시~4시까지 운영하던 기부 센터는 정오가 되기도 전에 문을 닫고있다"며 "현재는 인력이 부족해서 그 어느때보다 일하기가 버거운 상태"라고 전했다.
코로나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기위한 물품 도네이션이 골치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입지않는 옷가지와 부억용품, 가전제품은 물론 캔푸드 등 음식 기부도 줄을 잇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여기저기서 시작된 갑작스러운 기부행렬에 기부 센터는 물론 한인들도 골머리를 앓고있다.
LA 한인타운 내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한모씨(80)는 최근 2주에 한번씩 지급받는 음식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한씨는 "얼마전 부터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전 주민들에게 푸드뱅크로부터 식료품을 지급받고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스에 담긴 음식들은 파스타와 미국 쌀, 캔 음식 등 좀처럼 한인 입맛에 맞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 한씨는 일부 먹기는 했지만 사실상 집에 쌓아두기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씨는 "벌써 부억에 3박스가 쌓여있다"며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져갈 사람도 없고해서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모씨(57·LA)역시 기부받은 음식을 처치하지 못해 고민이다. 이씨는 매일 오전 타운 내 한 초등학교에 무료 음식을 받으러 나선다. 그는 "부양 자녀 수 대로 음식을 나눠주는 거라 두 아들을 위해 음식 상자 두개를 받아온다"고 했다. 상자 안에는 과일주스와 견과류, 사과, 파스타, 과자 등이 들어있다. 이씨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잘먹었는데 몇 주가 지나니까 지겨워서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아까워서 음식을 받아오긴 하는데 이젠 더이상 집안에 음식을 보관할 장소도 없다"고 말했다.
한 비영리단체의 관계자는 이에대해 "코로나로 생활고를 겪으면서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운 주민들이 많다"며 "기부 음식이나 물건들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