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장기화 희비 엇갈린 한인 스몰비즈니스, 마켓·리커스토어 '맑음'-세탁소 '흐림’
뉴스포커스/코로나19 시대 '明과 暗'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에 장사가 따로 없다. 미국내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무너지고, 대부분 스몰 비즈니스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개중엔 되레 매출이 늘어나는 업종도 없지 않다. 코로나19가 낳은 새로운 트렌드다. 한인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한인 이민사회의 대표적인 '맘앤 팝' 비즈니스인 세탁소와 마켓·리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에 따른 '집콕' 장기화 때문에 세탁업계가 극심한 매출 감소에 허덕이고 있는 반면 마켓과 리커스토어는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마켓 리커스토어
캘리포니아 전역에 한인 소유 1600여개 산재
자택 격리 효과 톡톡, 맥주 등 주류판매 급증
월 매출 4만불이상 규모 대다수 업소 '콧노래'
바햐흐로 '코로나 시대'에 가장 혜택을 받고 있는 스몰 비즈니스 중 하나는 그로서리 마켓과 리커스토어다. 대다수 업종이 코로나 봉쇄령으로 인해 불황을 겪고 있는데 반대 마켓 리커들은 오히려 특수를 누리고 있다.
가주한미식품상협회(회장 박재현)에 따르면 현재 캘리포니아엔 1600여 개의 한인 운영 리커 스토어 및 마켓이 산재해 있으며 이 가운데 1200개 정도가 등록 회원이다.
협회의 김중칠 이사장은 "지난해 초부터 각급 정부 당국의 자택 격리, 외출 제한 등의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마켓, 리커 등은 장사가 더 잘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가게의 매출 규모나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월 매출이 4만 달러 이상되는 가게들은 대부분 매상이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며 "상승 폭이 평소에 비해 평균 30% 정도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매출 상승 요인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이 음료수, 식료품, 그리고 마스크, 소독제 등 필수품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등교하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먹거리 구입이 늘어난 것도 한 몫을 했다.
박재현 회장은 "자택 대피령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이 집에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고기나 술, 식품 등을 사가는 양이나 횟수가 크게 늘었다"며 "다른 업종들에 비하면 큰 폭으로 매출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 해 여름철엔 맥주 등 주류 판매가 급등, 술 진열하기가 바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인 리커·마켓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이 정부로부터 받는 코로나 관련 보조금을 받는 저소득층주민들이 밀집 거주하는 곳이 라는 점도 이득이 됐다"고 덧붙였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바로 전에 LA서 운영하던 리커스토어를 매각한 이모(66)씨는 "가게를 괜히 팔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리커스토어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하고 "요즘엔 마켓, 리커가 가장 핫한 비즈니스가 됐다"고 말했다.
▣세탁업계
손님 급감, 트라이클리닝 '당일 픽업'은 옛말
재택 근무 등 '외출 뚝', "양복 입을 일 없어"
30년 넘은 장수 업소도 매출 '반토막' 수두룩
32년째 LA 한인타운내 같은 자리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 부부(70)는 요즘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 이후 손님들의 발걸음이 뜸해지면서 매출이 거의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며칠 전엔 드라이클리닝을 맡기러 온 손님에게 이씨 부부가 “일주일 뒤에 찾으러 오라”고 하자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코로나 때문에 빨랫감이 많이 없어서 일주일에 세탁기를 한번만 돌리니 양해 부탁드린다"는 이씨 부부에게 손님이 "어떻게 일주일씩이나 기다리냐"며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언쟁이 격해졌다. 결국 평소처럼 이틀만에 해주는 것으로 다툼을 마무리한 이씨 부부는 "예전에 다림질을 하면 콧노래가 절로 나왔는데 이젠 다림질 하는게 신이 안난다"고 하소연 했다.
글렌데일에서 20년째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60)는 "한창 바쁠 때나 가능했던 '당일 픽업'은 이제 먼 옛날 얘기”라며 한숨을 내뱉었다. 김씨는 "코로나로 사람들이 외출이 뜸해지는 바람에 옷 세탁을 맡길 이유가 없어졌다"며 "필수 업종이라 문은 열어뒀지만 실상은 가게만 지키다가 퇴근한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손님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일주일 내내 시끄럽게 돌아가던 기계 소리가 그립다"고 했다.
남가주 한인 세탁협회 김윤동 회장은 "한인 세탁업계가 그야말로 이제까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 상황에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패서디나에서 세탁소를 30여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 회장은 "세탁업주들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까지 영업에 타격을 입고있다"며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에 따르면 대다수 세탁소들이 손님이 급감하는 바람에 많으면 일주일에 세번, 적게는 한 번 기계를 돌려가며 힘겹게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세탁소 에이전시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때문에 해고돼 직장에 나가지 않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들이 많아지다 보니 양복이나 양장을 세탁할 일이 없다. 옷을 차려입고 갈 결혼식 등이 사라지고 마스크를 쓰다보니 간혹 외출을 하더라도 옷매무새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도 세탁소 업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