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김동규 기자 =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수도권 신도시 조성 사업이 비리 의혹과 부주의로 얼룩지고 있다.

3기 신도시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광명 시흥에서 신도시 조성 업무를 책임진 LH의 일부 직원들이 몰려가 땅투기를 했다는 믿기 힘든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앞서 고양 창릉을 지정하기 전에는 정보가 사전 유출돼 시장에 큰 혼란이 일기도 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일 기자회견을 열어 LH 직원 10여명이 지난달 신규 공공택지로 발표된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토지 2만3천여㎡를 신도시 지정 전에 사들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참여연대 등이 의혹을 제기한 LH 직원은 14명이다. 회견에서 이들 중 일부는 토지보상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폭로도 나왔다.

이에 대해 LH 내부에선 14명 중 12명은 현직이고 2명은 전직이며, 현직 직원 중 4명 정도는 수도권 신규 택지 토지보상 업무 부서에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신규 택지 확보와 보상 업무를 총괄하는 공공기관인 LH의 직원들이 신도시 지정 전 해당 토지를 대거 매입했다면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변 김태근 변호사는 "토지 구입에 100억원이 들어갔는데 은행 대출이 58억원인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단순 여윳돈 투자보다는 차익을 노린 공격적인 토지 매입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는 LH 직원이 땅 투기를 했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해당 필지와 주변필지에 대한 확인을 통해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광명 시흥지구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한 만큼 LH 직원의 토지 구입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국토부는 문제의 직원들이 신도시 지정과 관련한 업무 정보를 이용해 신도시 땅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날 경우 적극적으로 수사의뢰할 방침이다.

신도시 조성은 투기 수요 유입을 막기 위해 극도의 보안이 필요한 업무다. 이 때문에 LH 직원이라면 누구보다 정보 관리와 처신에 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공공주택특별법은 업무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누설한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하지만 신도시 정보 유출과 관련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고양 창릉 신도시를 지정하기 전인 2018년 LH 내부에서 검토한 도면이 유출되기도 했다.

당시 LH는 고양 창릉은 신도시로 지정할 계획이 없다고 발뺌했다가 1년 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3기 신도시로 선정했다.

해당 지역 시민단체들은 사전 유출된 도면과 실제 지정된 고양 창릉 신도시 위치와 일치한다며 크게 반발했다.

가뜩이나 신도시 등 신규택지 조성은 토지 수용과 보상 등을 거쳐야 하기에 지역 주민을 설득해가면서 조심스럽게 추진해야 하는 사업인데 오히려 정보 유출에다 내부 정보 이용 투기 의혹까지 제기돼 사업 추진의 정당성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날 변창흠 국토부 장관에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 엄정한 조사 방침을 밝히며 강경 대응을 주문한 이유다.

국토부와 LH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LH는 일단 연루된 직원들을 전격 직무배제 조치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정말 LH 직원이 투기를 하려고 큰 대출까지 받아서 땅을 샀는지 믿어지지 않는다"라며 "빨리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에 성실히 응할 예정"이라며 "국민께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정말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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