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성적 학대, 식사 미제공 등 3건 조사"…시설 측은 부인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미국 남서부 텍사스주(州) 당국이 7일 밀입국 미성년자들을 수용 중인 '샌안토니오 콜리세움'의 학대, 방임 등 의혹 3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최근 보호자 없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밀입국한 미성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수용시설의 학대 의혹에 대한 조사 사실이 알려지기는 처음이다.

이 학대 의혹을 제보한 사람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수용시설 관계자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샌안토니오 콜리세움에는 현재 미성년자 1천60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애벗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샌안토니오 콜리세움에서 성적 학대 의혹과 일부 어린이가 먹을 것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불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격리하지 않는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미국 야당인 공화당 소속인 애벗 주지사는 "이 시설은 즉시 문을 닫아야 한다"며 "어린이들은 더 좋은 직원들이 일하는 안전한 장소로 옮겨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샌안토니오 콜리세움의 자원봉사자 레베카 클레이-플로레스는 이런 의혹을 부인했다.

클레이-플로레스는 수용시설에서 생활하는 10대 미성년자들이 하루에 3끼 식사를 제공받고 간식을 2차례 먹는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는 사람은 어린이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격리된다고 강조했다.

클레이-플로레스는 "애벗 주지사가 어린이들을 정치화하는 기자회견을 열기 전에 시설을 둘러봤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벗 주지사는 그동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온건한 이민자 정책을 비판해왔다.

미국 보건복지부(HHS)는 이날 성명에서 구체적인 사건을 언급하지 않은 채 "모든 성적 학대와 성희롱, 부적절한 성적 행동에 무관용 정책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수용시설의 미성년자 학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이민자 정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한 뒤 멕시코와 접한 남부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작업을 중단하도록 하는 등 미국에 밀려드는 이민자들에 포용적 정책을 폈다.

특히 미국에 혼자 입국한 미성년자들을 바로 추방하지 않고 임시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게 하고 있다.

멕시코와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중미 국가에서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와 허리케인 등으로 생활 여건이 악화했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의 포용 정책과 맞물려 올해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가 급증했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자 정책이 국경 위기를 초래한다고 비판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온정적 이민정책에 대해 "매우 나쁜 결정"이라며 남부 국경의 이민자 급증이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홀로 남부 국경을 넘은 미성년 밀입국자를 추방하고 국경 장벽을 세우는 등 강경한 이민정책을 시행했다.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