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자베스 2세 여왕 남편, 지난 3월 심장 질환 퇴원 후 100세 생일 두 달 앞두고
영국

그리스"덴마크 왕족 출신, 2차세계대전 참전도
혼인 위해 아무 미련없이 직위버리고 英 귀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 공이 9일 향년 99세로 별세했다. 100세 생일을 두 달 앞두고다. 그는 73년간 여왕을 외조하며 영국 왕실을 돌봤다.

영국 왕실은 9일 "깊은 슬픔과 함께 여왕 폐하의 부군인 에딘버러 공작 필립 공의 별세를 발표한다"며 "왕실은 그의 별세를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 애도한다"고 밝혔다.

런던에 위치한 버킹엄 궁은 조기를 게양하고 시민들은 버킹엄 궁 바깥과 윈저성 주변에 헌화하며 필립 공을 애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곧바로 애도성명을 내고 "필립 공은 영국과 영연방, 전 세계에서 세대를 걸친 사랑을 받았다"며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여왕의 부군으로 봉사했다"고 말했다.

필립 공은 지난 2월 입원해 심장 질환과 감염 치료를 받은 뒤 한 달만에 퇴원해 거처인 윈저성으로 복귀한 바 있다.

필립 공은 1921년 6월 10일 생으로 그리스·덴마크 왕족 출신이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그리스를 떠나 프랑스, 독일, 영국 등에서 교육을 받았다. 영국 해군에 입대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필립 공은 1947년 11월 당시 공주 신분이던 5살 연하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혼인했다. 약혼을 앞두고 그리스와 덴마크 직위를 모두 버리고 영국으로 귀화했다.

영국 역사상 최장기 통치자인 엘리자베스 여왕의 곁을 한결같이 지킨 그는 1952년 여왕의 즉위 이후 2만2000건이 넘는 왕실 공무를 수행했고, 2017년 96세가 돼서야 공식 직무에서 은퇴했다.

여왕과의 사이에 왕세자 찰스 왕자(70) 등 자녀 넷을 뒀고, 윌리엄 왕세손을 비롯한 손주 8명과 증손주 10명이 있다.

필립 공 별세에 영국 정치인들과 세계 정상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필립공의 장례식은 오는 17일 거행된다. 왕실과 절연하고 미국으로 이주했던 해리 왕자도 장례식에 참석하기로 했으나 임신한 해리 왕자 부인은 의사 권유에 따라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테니스 네트 넘는 모습에 '뿅'
13세 엘리자베스 공주, 18세 필립공과 첫 인연

엘리자베스 여왕과 남편 필립공의 인연은 유년시절부터 시작됐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8살 공주 시절 삼촌 조지 왕자(켄트 공작)의 결혼식에서 필립공을 처음 봤다. 당시 13살이었던 필립공은 조지 왕자의 신부였던 그리스와 덴마크의 마리나 공주의 사촌이었다.

이들의 인연의 시작은 1939년 엘리자베스 공주가 13살, 필립공이 18살이었을 때다. 가족과 왕립 해군사관학교에 방문했다가 안내를 맡은 필립공과 시간을 보낸 엘리자베스 공주는 당시 필립공이 테니스 네트를 쉽게 넘어가는 모습에 반했다. 이후 둘은 수년간 편지를 교환했다. 엘리자베스 공주는 편지에서 그를 "바이킹의 신 처럼 보인다"고 묘사하기도 했으며 이후 다른 남자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편지로 맺어진 사랑 끝에 이들은 1946년 여름 결혼을 약속했다.

"전쟁에서 벗어나 승리를 맛보고, 다시 쉬면서 나에게 적응하는 시간을 보내고, 완전히 그리고 조금도 거리낌없이 사랑에 빠지니 모든 개인적, 심지어 세상의 어려움까지 작고 사소하게 느껴진다."

필립공이 그해 엘리자베스 공주에게 쓴 편지 내용의 일부다. 이듬해 그들은 약혼식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