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자체에 '1차 접종 잠정중지' 요청…경남·경북·부산 등 일시 중단

당국 "고위험군 접종 속도전의 결과…6월까지 노인 350만명 접종 문제 없다"

전문가 "수급량이 제일 중요…물량 충분히 확보한 후에 속도전 펼쳐야"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오보람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일시적 수급 불균형'을 이유로 약 3주간 전국적으로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최소화하기로 하면서 중단 없는 '연속 접종' 일정에 부분적으로나마 제동이 걸렸다.

이에 일각에서는 '4월까지 300만명' 접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2차 접종분을 1차 접종에 소진해 생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5월 초·중순에 화이자 백신으로 1차 접종을 계획한 어르신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30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등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5월에는 당분간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잠정중지하고 2차 접종에 집중해달라고 요청했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1·2차 접종 간격이 3주로 비교적 짧아 2차 접종 일정이 한꺼번에 도래하자 혹시 모를 수급 불균형을 피하기 위해 1차 접종을 최대한 보류하라고 한 것이다.

75세 이상 어르신과 노인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는 이달 1일부터 2차례 접종이 필요한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1차 접종자들은 이달 말부터 내달 중순까지 2차 접종을 마쳐야 한다.

정부가 미국 화이자로부터 상반기에 도입하기로 한 물량은 총 700만회분으로, 현재까지 공급된 물량은 200만회분이다. 이날 0시 기준으로 149만2천532회분이 쓰여 50만회분 정도가 남은 상태다.

반면 2차 접종을 기다리고 있는 인원은 121만6천512명이어서 남아있는 물량 50만회분을 제외하고도 70만회분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정부가 수급 불균형 가능성을 언급함에 따라 경남에서는 함안·창녕·고성·남해·하동·산청·함양·거창·합천 등 군 단위 9개 지역에서 이날 화이자 1차 접종을 중단했고, 충북의 13개 센터 중 5곳은 내달 3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경북은 내달부터 1차 접종 예약을 받지 않기로 했고, 부산과 세종도 1차 접종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추진단이 "지자체에 1차 접종 중단 요청을 한 바 없고, 이미 예약된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은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지자체 입장에서는 물량이 완전히 소진될 가능성을 우려해 선제적 대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이 연속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데 대해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75세 이상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접종을 하는 만큼 '속도전'이 중요했고, 이를 위해 접종센터 역량을 최대한 동원해 1차 접종인원을 늘렸다는 것이다.

또 화이자 백신이 5월에 175만회(87만5천명)분, 6월에 325만회(162만5천명)분이 각각 들어오게 되어 있고 매주 수요일에 일정량이 인도될 예정이어서 6월까지 75세 이상 350만명에 대한 접종을 충분히 마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정부가 이날 처음으로 언급한 것인데다 접종 차질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접종 대상자들과 일선 현장의 의료진 사이에선 혼선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앞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서는 12주 뒤에 사용할 2차 접종 비축분을 묵히지 않고 1차 접종에 먼저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화이자 백신에 대해서는 접종인원을 어떻게 조절할지에 대해 설명한 바가 없다.

당장 5월 접종 또는 접종 예약을 기대했던 어르신들이 불편을 겪게 됐고, 접종센터 내부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매주 수요일에 조금씩 들어오는 물량을 갖고 4월까지 300만명에게 접종하려다 보니 무리하게 된 것"이라며 "속도는 언제든지 낼 수 있기 때문에 백신 수급량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2주 간격으로 2회 맞는 제품이다 보니 여유가 있지만, 화이자는 꼭 3주 간격으로 맞아야 한다"며 "속도전보다는 백신을 충분히 들여온 다음에 접종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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