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정보 이용 주식거래·증거인멸 교사 혐의 유죄 인정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박형빈 기자 =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와 유착한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이른바 '버닝썬 경찰총장' 윤규근(52) 총경이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가 유죄로 뒤집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최수환 최성보 정현미 부장판사)는 20일 윤 총경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자본시장법 위반·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일부 유죄로 인정해 벌금 2천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319만원을 명령했다.

윤 총경은 승리 등이 차린 주점 '몽키뮤지엄' 단속 내용을 알려준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녹원씨엔아이(옛 큐브스) 정모 전 대표가 고소당한 사건을 무마하는 대가로 주식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를 받는다.

또 정 전 대표가 건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와 정 전 대표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도 있다.

1심은 이들 혐의를 모두 무죄로 봤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자본시장법 위반과 증거인멸 교사 중 일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윤 총경은 2017년 3월 9일 정 전 대표로부터 전화로 "큐브스가 곧 감자를 진행한 뒤 곧이어 회사 인수 관련 유상증자를 공시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정 전 대표와 통화한 당일 보유한 주식을 1천100여만원에 처분했으나 다음 날 주가가 예상만큼 폭락하지 않자 유상증자 호재로 판단해 주식을 다시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큐브스는 이 같은 주식 거래 이후인 같은 해 3월 14일 감자를, 15일 유상증자를 각각 공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015년 11월 큐브스 주식을 처음 매수한 뒤 주가가 계속 내려갔는데도 매도하지 않다가 정씨로부터 정보를 받은 당일 보유 주식 25%가량을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 외에 주식을 매도할 특별한 사정이 발생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윤 총경이 2015년 11월 큐브스의 사업 소식을 미리 정 전 대표에게서 듣고 큐브스 주식을 매수했다는 부분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아울러 윤 총경이 클럽 버닝썬 사태가 불거지자 몽키뮤지엄 관련 수사정보를 알아내 정 전 대표에게 건넨 사실을 은폐하려고 2019년 3월 15일 정 전 대표에게 휴대전화 자료를 삭제하라고 요구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밖에 몽키뮤지엄 단속 정보를 알려준 혐의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정 전 대표의 사건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주식을 받은 혐의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전 대표에게 몽키뮤지엄 단속 사건에 관해 알려준 것과 관련해 "경찰공무원으로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윤 총경은 승리를 비롯한 연예인들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렸던 사실이 클럽 버닝썬 사태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이와 별도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함께 버닝썬 사태를 덮기 위해 김학의 전 차관 사건, 고(故) 장자연씨 사건 등을 부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