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된 수도원 40m 돌기둥 꼭대기서 나홀로 수행

[조지아]

1993년 감옥 출소 "침묵 필요" 돌기둥行
아무도 없는 45평 면적, 하루 7시간 수행
사다리 설치 등 재건후 건강 악화로 하산
중세의 비밀 간직 수도원 고행자 대 끊겨

지난 1993년 감옥에서 출소한 후 40m 돌기둥 꼭대기 수도원에서 홀로 수행하던 고행승이 거의 20여년만에 하산, 주목을 끌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인 캅카스의 조지아(옛 그루지야)에는 중세 초기의 비밀을 간직한 전설의 돌기둥이 있다. 수도 트빌리시에서 서쪽으로 약 200㎞ 떨어진 카츠키 마을에 우뚝 솟아있는 ‘카츠키 기둥’이 바로 그것이다. 40m 높이 석회암 기둥 꼭대기에 세워진 수도원은 조지아에서 신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주상고행' 마지막 주행승
수도사 막심 콰타라제(67)가 바로 이 카츠키 기둥에서 ‘주상고행’을 자처한 처음이자 마지막 주행승이다.
주상고행은 말 그대로 기둥 위에 올라가 세상과 연을 끊는 수행을 말한다. 주상고행의 첫 수도사였던 시리아 성 시메온(390~459)은 최고 20m 높이 기둥까지 올라가 은수(隱修) 생활을 했다. 그 뒤로 주상고행에 뛰어드는 수도사 행렬이 이어졌다. 우리말로 주행승 혹은 기둥성자나 주상성자라고 부른다.
이런 주행승에게 더할나위 없는 수행장이었을 카츠키 기둥 위 수도원은 1944년 산악인 알렉산더 자파리드제와 작가 레반 고투아가 이끄는 탐험대에 의해 그 존재가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150㎡(약 45평) 면적의 기둥 꼭대기에는 외벽 구조물과 잔해, 수도실과 무덤 유적, 고행자의 유골이 남아 있었다.
고고학자들은 9~10세기 세워진 이 수도원이 조지아가 주변국 손에 넘어간 15세기 버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 
18세기 그루지야 왕자이자 역사가, 지리학자였던 바쿠슈티가 남긴 문헌에는 “상당히 높은 바위가 서 있다. 바위 꼭대기에는 작은 수도원이 하나 있지만 아무도 올라갈 수가 없다. 어떻게 올라가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누가, 언제, 어떻게 40m 높이 돌기둥까지 올라가 수도원을 세웠는지, 어떻게 꼭대기까지 오르내렸는지는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

▶하산과 함께 출입 제한 폐쇄
수도사 막심은 1993년 41세 나이로 감옥에서 출소한 후 곧장 돌기둥으로 향했다. 공산주의 붕괴로 그루지야가 구소련에서 독립하면서 정교회 불씨도 되살아난 당시 막심 수도사는 “내게는 침묵이 필요하다. 침묵 속에서 신을 느낄 수 있다”며 수행을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돌기둥 위에서 하루 7시간씩 기도하며 고행을 이어갔다.
더 쉽게 기둥을 오르내릴 수 있는 사다리 ‘천국의 계단’을 설치한 막심 수도사는 1995년부터 마을 주민과 정교회 공동체, 정부의 지원 속에 본격적인 수도원 복원에 착수했다. 13년에 걸친 복원 작업은 2009년 비로소 끝이 났다. 그러나 막심의 수행은 계속됐다. 가끔 설교 때나 지상으로 내려왔을 뿐 2015년까지 자그마치 22년을 홀로 기둥 위에서 살았다.
마지막 주행승의 뒤를 이어 600년 만에 수도원의 문을 다시 열어젖혔던 수도사 막심은 건강 악화로 기둥위에서 내려왔다. 
한때 관광객 방문이 허용됐던 꼭대기 수도원도 막심 하산 이후 2018년부터 정교회 관계자 외 방문객 출입이 제한됐다. 이로써 중세 초기 비밀을 간직한 채 수 세기 만에 모습을 드러낸 수도원의 고행자 대도 끊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