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에 군기밀문서 뭉치 시민 주워 신고 '발칵'

[영국]

간부 사무실서 유출… 국방부 “분실”
크림반도 對 러시아 전략서 등 담겨

지난 22일 새벽 영국 남동부에 위치한 켄트 지역의 한 버스 정류장. 이른 시간이라 인파가 없던 버스 정류장 뒤에서 A 씨는 문서 뭉치를 발견했다. 50장에 달하는 문서에는 ‘기밀, 영국 열람(Secret UK Eyes Only)’이라는 적혀있는 영국 국방부 서류가 들어있었다. A 씨는 해당 문건을 BBC에 익명으로 제보했다.

영국군의 ‘기밀 군사 정보’가 담긴 문서가 길거리에서 발견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BBC에 따르면 이 문건은 국방부 고위 간부 사무실에서 유출된 것으로 영국군의 각종 군사 작전, 전략 내용이 파워포인트, e메일 등의 형태로 담겨있다. 영국 구축함이 크림반도에 접근할 경우 러시아 해군 및 공군의 예상대응과 영국 대응 전략도 문서 안에 포함돼 있었다. 해당 기밀문서가 발견된 다음 날인 23일 영국 구축함 디펜더호가 크림반도 앞바다를 항해하자 러시아가 경고사격을 했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면서 흑해 일대는 러시아 영해인 상태다.

기밀 문건이 공개되면서 23일 항해가 영국 정부의 의도된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고 BBC는 보도했다. BBC는 “영국과 러시아 간 진실 논쟁 공방이 오갔지만 해당 문건을 보면 우크라이나 지지를 보여주려는 영국 정부의 계산된 행동임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문건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후 영국군의 세밀한 주둔 전략,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변화와 대응 방안 등도 담겨있었다. 해당 문건들은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 측에 전달될 예정이었다.

BBC보도가 나오자 국방부는 “지난주 부처 직원이 해당 문건의 분실을 신고했다. 현재 경위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노동당 등 야권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방부를 맹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