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오징어 투자 사기'를 벌인 자칭 수산업자의 금품 살포 의혹이 관가를 넘어 정계로 확대되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116억원대 사기 혐의를 받는 김모(43·구속)씨의 경찰 수사 과정에서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이 거론,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여야 모두 향후 파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현재까지 김씨와 관련해 거론되는 정치인은 국민의힘에 더 많다.

김씨가 부산·경남(PK) 출신으로 포항 등을 근거지 삼아 주로 활동한 영향 등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무성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 등 일부 거물급 정치인들은 김씨의 '선물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김 전 의원과 주 의원은 대게, 과메기 등을 명절선물로 수령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의원도 김씨와 만난 사실을 선제적으로 공개했으나, 수상한 낌새를 알아채고 거리를 뒀다고 선을 그었다.

포항이 지역구인 김정재 의원도 김씨가 접촉한 인사 중 한 명이다.

같은 포항 지역구의 김병욱 의원도 김씨가 접촉을 시도한 인물로 거론됐다. 다만 김 의원은 김씨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여권에서도 유력 정치인의 이름이 흘러나오면서 의혹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김씨가 김부겸 국무총리와 함께 찍은 사진 등을 내세워 김 총리와의 친분을 과시했다는 보도가 이날 나오기도 했다.

다만 김 총리 측은 해당 사진은 2012년 총선 선거운동 도중 찍은 사진에 불과하다며 김씨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범여권인 열린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도 김씨와 안면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의원은 김씨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이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해 갑자기 김씨 측에서 독도새우를 보내왔다"며 "받을 이유가 없는 물품이 와서 다시 돌려주기 뭐하니 김씨에게 주소를 물어 답례품으로 로열젤리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씨는 정치권 인맥을 통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식사한 바 있고, 이후 박 원장에게 수산물을 선물로 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원장 측은 "전직 동료 국회의원 소개로 여러 사람과 함께 김씨를 만난 적이 있다"며 김씨가 자택으로 보냈다는 선물에 대해 "특별히 고가의 것이었거나 기억에 남는 선물은 아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씨는 이 밖에 다른 여권 원로와도 친분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단순 접촉이나 의례적 선물을 넘어선 로비나 특혜 제공 등 범죄 정황까지 드러난 것은 아니라며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언론계 인맥을 활용하거나 지지자를 자처하며 접근해오는 김씨를 완전히 차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게이트' 확산을 예측하기는 섣부르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거물급 인사들의 연루설로 수세에 몰려 있던 국민의힘은 김씨의 집에서 청와대 관련 물품이 나온 것을 계기 삼아 역공을 시도하며 국면 전환에 나서려는 모양새다.

김씨의 아파트 거실에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 사진과 청와대 로고가 새겨진 술병·술잔 선물 세트 등이 진열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특히 김씨가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첫 특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을 고리로 삼아 반격에 나섰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김씨와 같은 사기꾼이 생계형 범죄냐"며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 여권을 향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물타기를 하려는 것"이라며 "김씨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당내에서 관련해 들려오는 이야기도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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