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콜롬비아인 26명·미국인 2명…17명 체포·3명 사살·8명 추적"

안전문제로 폐쇄된 대만대사관에 11명 은신…대사관 허가하 체포작전

(멕시코시티·서울=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이재영 기자 =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는 아이티 경찰은 8일(현지시간) 암살범들이 콜롬비아인 26명과 아이티계 미국인 2명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AFP·AP통신에 따르면 레옹 샤를 아이티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용의자 중 콜롬비아인 15명과 아이티 출신 미국인 2명을 체포했으며 콜롬비아인 3명을 사살했고, 8명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사살된 용의자 수는 앞서 아이티 당국이 밝힌 7명보다 줄었다.

용의자들을 '용병'으로 지칭한 샤를 청장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로 와서 대통령을 살해했다"며 "공격에 사용된 무기와 물품들도 압수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날 경찰서 바닥에 수갑을 찬 채 앉아 있는 용의자들과 이들로부터 압수한 총기, 마체테(날이 넓고 긴 칼), 여권, 무전기 등도 함께 공개했다.

체포된 용의자 가운데 11명은 아이티 주재 대만 대사관에서 잡혔다.

대만 외교부에 따르면 안전문제로 문을 닫은 대사관에 용의자들이 침입해 숨었고 이를 이날 새벽 대사관 경비요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아이티 경찰은 대사관 허가를 받고 경내에 진입해 오후 4시께부터 체포작전을 벌였고 용의자들을 붙잡았다.

대사관은 성명에서 체포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아이티는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15개 나라 중 하나다.

2017년 2월 취임한 53세의 모이즈 대통령은 지난 7일 새벽 1시께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사저에 침입한 괴한들의 총에 맞고 숨졌다. 함께 있던 부인 마르틴 모이즈 여사도 총상을 입고 미국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위험한 고비는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들의 구체적인 신원이나 범행 동기는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아이티 당국은 암살범들이 "고도로 훈련된 외국 용병"이라고 밝힌 바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체포된 17명의 용의자는 35세에서 55세 사이다.

이들이 전문 용병일 경우 이들에게 돈을 주고 암살을 사주한 배후를 밝혀내는 것이 관건이다.

이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마티아스 피에르 아이티 선거장관을 인용해 검거된 미국 시민권자 2명 중 1명이 '제임스 솔라주'라는 이름의 남성이라고 보도했다.

이 남성은 자신이 설립한 자선재단 웹사이트에 아이티 주재 캐나다대사관에서 경호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고 소개했다고 AP는 전했다.

미 국무부는 앞서 용의자 중 미국 국적자가 포함돼 있는지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콜롬비아 국적의 용의자들 중엔 퇴역 군인들이 포함돼 있다고 콜롬비아 당국이 밝혔다.

디에고 몰라노 콜롬비아 국방장관은 아이티 경찰의 발표 직후 영상 성명을 내고 모이즈 대통령 암살에 연루된 콜롬비아인들이 전역한 군인들로 파악된다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할 것을 군경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