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경보 대상 6개 주로 늘어…"사망자 95%는 백신 미접종자"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3대 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코로나19 방역 빗장을 푼 시카고 시 당국이 확진자 수 증가를 이유로 사회·경제적 제재 재도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58·민주)은 20일 "시카고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최근 확진 사례가 다시 늘고 있다"며 "재확산세를 누그러뜨리지 못하면 공공보건을 지키기 위해 사회·경제적 활동을 다시 제한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하루 평균 34명까지 떨어졌던 시카고 지역 신규 확진자가 최근 90명까지 늘었다"며 "확진자가 늘다 보면 현 백신으로는 예방되지 않는 더 많은 돌연변이가 나타날 수 있고, 그럴 경우 각종 제재를 복원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카고에서 코로나19로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의 90% 이상, 관련 사망자의 95%가량이 백신 미접종자"라면서 "피할 수 있는 현실이고, 예방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백신 접종을 촉구했다.

이어 시카고 남부와 서부의 흑인·라틴계 다수 거주지역의 백신 접종률이 특히 낮다고 밝혔다.

시카고 시 보건당국은 이날 플로리다·루이지애나·네바다·미국령 버진아일랜드를 코로나19 여행비상령 대상 지역에 추가했다. 지난주 미주리주와 아칸소주에 여행경보를 내린 지 일주일만이다.

앞서 시카고는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팬데믹 기간 전국을 대상으로 발령했던 여행비상령을 지난달 초 전면 해제했었다. 또 백신 보급이 확대되고 접종률이 오름에 따라 지난달 11일부터 모든 사회·경제 활동을 팬데믹 이전 상태로 완전 정상화했다.

그러나 전염성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백신 접종률이 정체를 보이자 정상화 1개월여 만인 지난 13일 백신 접종률이 낮은 2개 주에 여행경보를 재발령했고, 이어 추가 조처를 내렸다.

시카고 보건당국은 "해당 지역 여행이나 방문을 재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라이트풋 시장은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시카고에서 개최되는 초대형 음악 축제 '롤라팔루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하루 10만 명, 나흘간 총 40만 명의 관객이 운집하는 세계 최대 규모 록 축제 롤라팔루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취소됐으나, 시카고 시는 올해 예년과 같은 일정, 유사한 규모로 개최할 예정이다.

일간 시카고 트리뷴은 "라이트풋 시장은 시카고를 '대도시 정상화'의 모범으로 만들어 보이고 싶어했다"며 뉴욕과 LA에 앞서 사회·경제 활동을 전면 재개하고 야구 시즌을 맞아 컵스와 화이트삭스 야구장의 관중 제한도 없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팬데믹 제재에서 벗어나 야외 활동을 즐기고자 하는 여름철에, 방역 빗장을 풀자마자 다시 제재를 재도입한다면 주민들은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팬데믹 이전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비난을 사고 1년여 만에 다시 문을 연 사업체 업주들의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