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사기·횡령·배임 등 적용…변호인단 "공소권 남용"

윤미향 "혹독한 수사에 가족·활동가들 상처…할머니들께 죄송"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보조금·후원금 유용 혐의 등으로 기소된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첫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팽팽히 맞섰다.

검찰은 1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문병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서 "시민단체 정대협이 보조금·기부금 등을 불투명하게 관리해왔음이 드러난 사건"이라며 "모든 업무를 보고받고 지시한 총책임자는 윤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윤 의원에게 적용한 혐의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지방재정법 위반·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횡령·배임 등이다.

검찰은 정대협이 운영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 법률상 박물관 등록 요건인 학예사를 갖추지 못했음에도 윤 의원이 학예사가 근무하는 것처럼 허위 등록해 2013∼2020년 정부 보조금을 부정수령했다고 봤다.

검찰은 "국고 보조금 일부에는 자금세탁과 같은 방법이 사용됐다"며 "인건비가 정상적으로 지급된 것처럼 가장한 뒤 세탁해 정대협 운영비 계좌로 넣고 운영비로 쓰거나 윤 의원이 유용했다"고 했다.

이에 윤 의원 측은 "많은 학생과 시민이 문체부 '길 위의 인문학' 등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이런 데서 얻은 피고인의 이익은 전혀 없다"며 "사기를 치기 위해 박물관을 허위 등록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관할 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단체계좌로 기부금품 41억원을 모집했고, 해외 전시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나비기금·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명목으로 1억7천만원의 기부금품을 개인계좌로 모금한 혐의를 놓고서도 양측의 의견은 엇갈렸다.

검찰은 기부금품 모집등록을 하지 않아 투명성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반면 윤 의원 측은 "2016년 서울서부지검은 정대협의 기부금품법 위반 고발 사건에 대해 '후원회원으로부터 모집한 후원금은 법률상 기부금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불기소 처분했다"며 공소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3) 할머니에 대한 준사기 혐의도 쟁점이 됐다.

검찰은 윤 의원이 숨진 마포쉼터 소장 손모씨와 공모해 중증 치매를 앓는 길 할머니의 여성인권상 상금 1억원 중 5천만원을 정의기억재단에 기부하게 하는 등 7천900여만원을 불법 기부·증여받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윤 의원 측은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길 할머니는 2014년 7월부터 사실 행위는 물론 법률행위도 단독으로 할 수 없다"면서 2019년 일본 정부 상대 손배소 참여, 지난해 양자 입양 등 길 할머니의 활동을 반박 증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지금까지도 온전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위안부 운동을 하고 있다"며 "검찰의 말대로라면 이것 모두 진정한 의사가 아닌 것이 된다"고 했다.

현대중공업의 지정 기부로 마련된 안성쉼터를 비싸게 사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를 놓고서도 검찰은 배임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윤 의원 측은 "검찰이 '비싸게 샀다'고만 한다"며 맞섰다.

윤 의원은 진술 기회를 얻어 "지난 1년 동안의 혹독한 수사로 저와 가족, 정대협 활동가들이 상처를 입었다"며 "무엇보다 인권을 위해 사신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걱정과 상심을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정대협을 '윤미향의 사조직'이라고 부르는 것은 수많은 사람의 땀과 눈물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어떤 편견도 없이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다음 공판은 9월 17일 열린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단이 공통으로 신청한 증인 2명을 불러 양측의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x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