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카불 장악 직후 그려져…어린이 등 주민 고통 형상화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상징하는 벽화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로마의 관문인 '테르미니역' 인근에 그려진 이 벽화는 한쪽 눈과 이마를 붕대로 감싼 어린이가 눈물을 흘리며 "지노! 난 두려워요!"(Gino! Ho paura!)라고 말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지노는 국제구호단체 '이머전시'(Emergency) 설립자인 지노 스트라다를 일컫는다.

의사였던 그는 30여 년 간 아프간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분쟁 지역에서 무상 의료 활동을 해오다 지난 13일 별세했다.

공영방송 라이(Rai) 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벽화는 라이카라는 이름의 현지 거리 예술가가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함락한 15일 밤 그린 것이다.

분쟁지역 주민 구호에 평생을 헌신한 지노에 애도를 표함과 동시에 탈레반 체제의 아프간에 대한 우려를 내포했다는 평이다.

특히 아프간 국기 색으로 그려진 아이의 눈물은 외세 침략과 오랜 내전으로 점철된 아프간의 슬픈 역사와 주민들의 고통, 암울한 미래를 상징한다.

라이카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현시점에서 아프간 주민들이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확실한 것은 이제 그들에게 지노와 같은 의지할 누군가가 없다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약 7년을 아프간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진 지노는 별세 전 언론 기고문을 통해 탈레반의 정권 재장악을 우려했으며, 이러한 예언과도 같은 경고는 탈레반의 정권 재장악 후 새롭게 조명받는 분위기다.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