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부시에게 보고했던 마이클 모렐, 美아프간 철수에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마이클 모렐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대행은 7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장악하면서 9·11 테러의 주범인 알카에다 역시 아프간에서 재건될 것이 확실하다고 경고했다.

모렐 전 대행은 이날 버지니아 동부지검실 후원으로 열린 9·11 테러 20주년 기념 온라인 포럼에서 "탈레반이 알카에다에 안전한 은신처를 제공할 것임이 분명하다"며 "그렇게 역량을 다시 키워서 미국을 공격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 알카에다의 의도"라고 말했다.

모렐 전 대행은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했을 당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게 일일 보고를 담당했던 인물로, 이후 2010년부터 2013년까지 CIA 부국장을 지내고 국장 대행으로도 두 차례 역임했다.

9·11 테러 당시엔 부시 전 대통령과,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이 파키스탄에서 사살된 2011년 5월1일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당시 상황을 함께 지켜봤던 CIA 베테랑이다.

모렐 전 대행은 이날 포럼에서 대(對)테러 작전의 결과는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면서 작전으로 세력이 억눌렸던 테러 세력은 만약 작전의 포커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손쉽게 부활한다고도 지적했다.

일례로 미국이 지난 2002년과 2003년 대테러 작전의 포커스를 아프간에서 이라크로 옮기면서 알카에다가 다시 세력을 키워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테러, 2005년 영국 런던 테러 등을 일으키게 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의 포커스가 이라크로 옮겨가자 알카에다가 다시 일어났다"며 미국은 지난 20년간 얻은 교훈을 잘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조 바이든 정부가 아프간 전쟁을 끝내는 명분으로, 아프간전을 시작했던 20년과 달리 이제 중국이 미국의 경쟁자로 부상한 국제 정세를 언급하며 미국의 대외 포커스를 중동이 아닌 중국으로 옮기겠다는 뜻을 밝힌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모렐 전 대행은 미국이 테러리스트들을 추적하는 가운데서도 미국의 가치를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CIA가 9·11 테러 이후 테러 용의자들을 대상으로 은밀히 자행한 고문 등은 용납돼선 안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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