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따라하기부터 정치풍자까지…전세계서 끊임없이 양산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성공한 콘텐츠는 인기몰이 덕에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한다. 패러디는 단순히 모방에 그치지 않고 웃음과 공감을 낳으면서 콘텐츠의 생명력을 연장시키는 힘도 있다.

13일째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중 전 세계 1위('플릭스 패트롤' 사이트 기준)를 유지하며 전 글로벌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오징어 게임'의 뒤에도 패러디를 통한 끊임 없는 콘텐츠 재생산이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징어 게임'은 작품 안에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기호들이 많아 패러디로 쓸 수 있는 요소들이 아주 많다"며 "기본적인 놀이문화부터 사회 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 등도 모두 패러디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송 창작자와 누리꾼들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오징어 게임'을 재해석한 패러디를 내놓으면서 TV,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온라인까지 '오징어 게임'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패러디는 개그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만큼 tvN 예능 '코미디 빅리그'와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에도 '오징어 게임' 패러디가 등장했다.

'코미디 빅리그'에서는 개그맨 김두영이 '1번 할아버지' 오일남(오영수 분)을 따라 하는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SNL 코리아'는 직장생활을 '오징어 게임'의 생존 서바이벌에 빗댄 '갑오징어 게임'이라는 코너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부장님의 눈을 피해 제한 시간 내 퇴근에 성공해야 하는 '부장님 게임 꽃이 피었습니다'로 변형하고, 달고나에 직장 상사의 엉덩이를 그려 넣어 상사의 비위를 맞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을 풍자했다.

이외에도 개그우먼 이수지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거대 로봇으로 변신, 늘어나는 세금에 버티지 못하는 다주택자를 표적으로 삼아 탈락시키는 모습으로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오징어 게임' 속 게임 혹은 인물을 따라 하는 내용의 사진과 영상 외에도 사회 풍자적인 패러디가 쏟아진다.

이정재 등 '오징어 게임' 속 배우들 성대모사, 등장인물과 게임 속 로봇을 따라 화장하는 영상 콘텐츠뿐 아니라 재난지원금과 영업 제한 등을 '오징어 게임'에 빗댄 정치 풍자부터 페이스북과 그 계열 서비스들의 접속 장애에 대입시킨 사진도 화제가 됐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해외에서도 패러디가 속속 등장한다.

작품 공개 초반에는 달고나 게임을 경험해보지 못해 작품 속 게임의 난도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던 해외 팬들이 최근 달고나 게임은 물론 달고나 만들기조차도 실패하는 모습이 공유되며 웃음을 안겼다. 학교 등에서 친구들과 '오징어 게임'을 따라 하는 영상들도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영국 BBC의 축구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도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서 "게임을 시작하자"(Let's play a game)라며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퀴즈를 공개하기도 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패러디가 가진 가장 핵심 요소는 본래 콘텐츠가 가진 메시지를 응축해 보여주는 힘"이라며 "패러디를 통해 사회문화 속에 그 메시지가 전방위로 전파되면서 콘텐츠를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유입하게 하는 효과가 대단히 크다"고 설명했다.

stop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