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시대 궁전의 골격 위에서 찾아

석제 좌석과 분뇨 모으는 도기 나와

(카이로·서울=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최수호 기자 = 이스라엘에서 2천700년 전 화장실로 보이는 유적이 발견됐다고 현지 언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 문화재청은 동예루살렘 인근 아르몬 하나치브 산책로에서 '제1 성전시대'(기원전 1,200-586) 개인 화장실로 추정되는 유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굴된 화장실은 석회석 기반암(토양에 덮인 단단한 암석)을 가로 2m, 세로 1.5m 정도로 잘라내 만든 공간이다.

여기에 용변을 보는 사람이 앉을 수 있게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석제 좌석과 분뇨 등을 모으는 용도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 도기도 발견됐다.

돌로 만든 좌석의 한가운데는 동그란 구멍이 뚫려 있는데, 화장실 공간을 만들 때 파낸 기반암과 동일한 석재로 만든 것인지 아니면 별도의 석재로 만든 것인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스라엘 문화재청 발굴 책임자인 야코브 빌링은 "화장실이 석기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궁전의 골격 안에서 발견되었는데, 궁전의 기둥머리는 이곳에 발견되는 석회암보다 더 질이 좋은 것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화장실 공간에서는 군주의 문장 등은 없었지만, 30∼40개의 그릇이 발견됐다.

발굴팀은 그릇들이 분뇨를 모으는 일종의 정화조 역할을 하거나, 화장실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기 나는 기름이나 향료를 담는 데 쓰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빌링은 "당시 개인 화장실은 권세의 상징이었을 것"이라며 "성전산이 훤히 보이는 궁전에 유다의 왕이 살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고대에는 개인 화장실 공간이 매우 드물었던 까닭에 최근까지 소수만 발견됐다"고 전했다.

또 정화조에서 발견된 동물의 뼈와 도기 등으로 당시의 생활방식과 식습관, 질병 등을 밝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meolakim@yna.co.kr